교사에게 엄격한 아동복지法… 학대로 5만원 이상 벌금땐 해임
정서학대 등 판단기준도 모호 "교실벽 보고 서있게 한것도 학대"
학부모가 합의금 요구하기도
◇아동학대법에 발목 잡힌 교사들
교사들이 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몰리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 학예회 연습시간에 지도교사 B씨는 줄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학생 소매 등을 흔들며 "줄 좀 똑바로 서라. 네가 구멍"이라고 질책한 일로 지난 1월 교단을 떠났다. 폭행 혐의로 기소돼 50만원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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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칠곡 계모 사건'을 계기로 201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가해자(교사)가 '아동학대'로 5만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해임되거나 10년간 아동관련기간(교직)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이 조항이 "악법(惡法)이나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나온다. 일단 아동학대로 간주되면 경미한 벌금형만으로도 옷을 벗어야 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전수민 변호사는 "심각한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나는데 엉뚱하게 교사들이 유탄을 맞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벌금형만 받아도 교사를 교육 현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올 4월 헌법재판소에 이런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아동학대' 기준이 모호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규정돼 있는데, 교사의 훈육 행위마저 학대로 몰아가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남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 C씨는 "4년 전에 우리 아이를 교실 벽에다 세운 것은 학대 행위"라는 이유로 한 학부모에게서 수백만원 합의금을 요구받았다. 친구와 다퉈 수업시간에 세워둔 것을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은 C씨는 "교직에 회의가 든다"고 주변에 하소연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교사가 편식 학생에게 주의를 줘도 정서 학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교사 99% "학생 지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선 학생들 훈육·생활지도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수도권 고교에서 생활지도부장으로 일하는 D씨는 "생활지도부장은 어느 교사도 원하지 않아 제비뽑기로 정하고, 기피 부서인 생활지도부는 대부분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인권 개념을 잘못 이해한 일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 잘 권리, 밥 먹을 권리'를 외치면서 대들어도 교사가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지난 10월 한국교총이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 등 1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8.6%(1179명)가 "과거보다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교권의 상대적 약화'(31.3%)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교사의 적절한 지도권 부재(30.2%), 자기 자녀만 감싸는 학부모(24.9%) 등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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