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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금리 오르고 부동산 규제 강화… P2P대출, 내년 玉石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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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상반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업계가 내년이면 출범한 지 만 3년을 맞이한다. 저금리 기조에서 시작한 국내 P2P 시장은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급격히 투자자를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실시한 P2P 지침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업체당 투자 한도가 100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졌고, 업력이 쌓이면서 대출이 연체되거나 부실화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P2P 업계에서는 내년에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P2P 업체 옥석(玉石)이 제대로 가려지리라고 전망한다.

◇낮은 연체율, 대형 업체 방출에 따른 '착시'

한국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6%였던 P2P협회 소속 업체들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달 말 4.23%로 하락했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잔액에서 연체한 지 30일 이상 지난 대출금 비율을 말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P2P 업계의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요인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즉 대형 업체 중 한 곳으로, 지나치게 연체율이 높았던 P2P 회사 '펀듀'가 최근 협회에서 제명된 데 따른 착시 효과란 것이다.

조선비즈


펀듀는 지난 10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이 약 237억원으로, 협회 회원사 전체 대출액의 3.1%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주로 중소기업 물건을 사다 홈쇼핑에 납품하는 회사에 신용 대출을 해왔다. 최근 대출해준 업체들에 재고가 쌓이며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자 지난 8월까지 0%였던 연체율이 불과 두 달 만인 지난 10월 말 82.7%까지 치솟았다. 협회는 지난달 8일 펀듀가 협회 정관을 지키지 않은 점이 시정되지 않았다며 협회 출범 후 두 번째로 제명을 결정했다.

P2P 업계에서는 앞서 비슷한 이유로 연체율이 하락한 바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대출 잔액이 약 250억원으로, 업계 전체의 4% 정도를 차지하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 P2P 업체인 펀딩플랫폼이 협회에서 자진 탈퇴하면서 지난 6월 말 현재 1.33%였던 업계 연체율이 그 다음 달 0.54%로 하락한 것이다. 이 회사는 투자와 관련한 중요 사항을 투자자들에게 제때 공지하지 않은 점 등으로 협회가 제명을 논의하자 협회에서 자진 탈퇴했다. 한 P2P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된 일부 회원사가 협회에서 탈퇴하거나 제명되면서 지금까지 연체율이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회원사까지 통계에 포함할 경우 실제 연체율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금리 상승에 취약"

실제로 P2P 업계의 연체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4월까지 1% 미만에서 유지되던 P2P 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 9월 약 3% 선으로 급등했다. 펀듀가 제명되기 직전인 지난 10월에 6%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4.23%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P2P 업체를 이용하는 대출자가 늘어남에 따라 부실이 발생하는 대출 비율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P2P 업체를 이용하는 차주(借主)들이 은행이나 저축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P2P 업체의 연체율이 최소한 저축은행 평균(지난 6월 말 현재 5.6%)보다 높은 수준에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금융 당국은 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P2P 업체에서 돈을 빌려간 차주들이 대출금을 연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P2P 업체에서 돈을 빌려가는 개인이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당수 P2P업체의 부동산 PF 취급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8·2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경우 P2P 업계에 미칠 영향은 배가(倍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형근 금융감독원 P2P감독대응반 팀장은 "P2P 대출은 속성상 위험 상품이지만, 사업 초기엔 좋은 차주를 선별하고 이들이 돈을 잘 갚다 보니 연체율이 낮은 착시 현상이 빚어졌다"며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어, 내년쯤엔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협회 비회원, PF 취급 업체가 가장 위험

앞으로 P2P 업계에서 본격적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수익률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P2P 투자 상품의 위험도를 5단계로 분류해놓고 있는데, 우선 P2P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 투자하는 데 특히 주의하라고 주문한다.

아직까지 관련법 부재(不在)로 금융 당국이 P2P 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P2P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협회를 구성해 매달 대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자율 규제를 하고 있다. 사실상 지자체 등록만으로 누구든 쉽게 P2P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협회 가입 여부가 최소한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앞으로 P2P 업체들이 대출 실행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연계 대부 업체를 내년 3월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을 직접 관리·감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업계 대표 업체인 렌딧, 8퍼센트, 테라펀딩 등 22개 업체가 이미 등록을 마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P2P 연계 대부 업체에 대한 감독권이 지자체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출과 관련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당국이 직접 조사해 행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대출 상품을 고를 때는 PF 상품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금융 당국은 판단한다. P2P 업체가 취급하는 PF 대출은,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시행사 등에 대해 공사 초기에 돈을 빌려주면 차주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이 가능해지는 준공 시점에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구조다. P2P 업체는 시행사 토지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있지만, 담보 금액이 충분치 않아 공사 계획에 차질이 생겨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원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PF에 비해 중소기업 제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나 신용 대출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엔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한다.

김재곤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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