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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냄새 줄인 청국장, 라이스컵케이크 2030 입맛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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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국 전통식품

절일 때 소금 안쓴 유산균 저염 김치

올 10억 매출 올리고 홍콩 수출도

김치·장류 제외하면 인지도 낮아

영세한 식품업체 국가서 지원해야

중앙일보

지난 8월 23일 서울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에서 열린 한끼프렌즈 1기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엿강정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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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부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예를 들어 김치가 정상적으로 발효해 맛을 내려면 김치 100g당 1.5g 정도의 소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장균이 활동하고, 부패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감칠맛을 더 내려면 소금의 비중을 올려야 한다. 보통 시중에 판매하거나, 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3~6g 정도의 소금을 쓴다.

과도한 염분은 건강을 해친다. 최근 들어 저염식과 저염김치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대부분의 저염김치는 소금을 적게 쓰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런데 김치전문기업인 ‘닥터아사한’의 ‘유산균 저염 김치’는 배추를 절일 때 아예 소금을 쓰지 않는다. 대신 아카시아꽃·개망초 등 야생초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산균으로 김치를 발효시킨다.

20~30대 청년 3명이 머리를 맞대 2012년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13년 창업했다. 해마다 판매량이 20% 이상 늘어 올해는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홍콩 수출도 시작했다. 성장성을 인정받은 닥터아사한은 지난 11월 ‘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서 청년 성공사례로 선정됐다. 남우영 닥터아사한 대표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김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식품이 ‘옛 것’의 이미지를 벗고 진화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참신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제품이 늘면서다. 서일농장의 청국장은 깨끗이 씻은 콩을 가마솥에 8시간 동안 삶은 뒤 편백나무 발효실에서 숙성시킨다. 여기에 전통식품명인 62호 서분례 명인의 손맛이 더해져 풍미가 깊다.

얼마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제품이었지만 올해 들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딱 2배로 늘었다. 20~30대를 겨냥해 청국장 특유의 고릿한 냄새를 줄인 게 비결이다. 한번에 먹기 적당한 양으로 소포장해 젊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섬세하게 고려한 것도 주효했다.

수라당의 라이스컵케이크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즉석스팀기로 60초 내에 쪄낸 떡 위에 치즈, 열대 과일, 견과류 등 토핑을 얹어 먹는 제품이다. 20~30대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현재 수도권에서만 1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들어 ‘한 끼의 품격’을 주제로 전통식품 소비 촉진 캠페인을 여러 차례 열었다. 추석 연휴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주부와 혼밥족 등 15명으로 구성된 전통식품 서포터즈 ‘한끼프렌즈’의 활동도 지원했다. 10월 말 열린 국내 최대 식품 전시회 ‘코엑스 푸드위크 2017’에서는 전통식품 홍보관 운영해 외국인 바이어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도 조만간 개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22일 문을 연 문화관은 한국 전통주와 전통식품을 한 자리에서 시식,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일부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전통식품의 저변은 여전히 부실하다. 김치나 장류 정도를 제외하면 시장을 형성한 경우가 드물다. 우선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해야 한다. 전통식품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통식품에 대한 호감도는 63.9%로 높았다. 그러나 전통식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23.5%에 그쳤다. 백진석 aT 식품수출이사는 “전통식품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방화에 따른 수입품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원료의 우수성과 참신한 디자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식품 업체가 대부분 영세한 만큼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우영 대표는 “전시회나 바이어 초청도 좋지만 최근엔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이 중요하다”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쓸 수 있는 콘텐트 개발이나 국내외 오픈마켓 입점 등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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