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 서울옥션…12·13일 올해 마지막 경매
'아이누 여인' '태극의 무희들'…천경자만 10점 내
안중근 유묵 '세심대'·권진규 희귀작 '불상'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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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천경자(1924∼2015) 화백은 해외로 스케치여행을 즐겨 다녔다. 살던 곳을 벗어났다면 보통은 색다른 풍광이나 독특한 문화에 심취하게 마련. 그런데 그이의 눈에는 풍경보다는 여인이었다. 주로 1970년대 등장했던, 꽃과 나비로 치장했던 이전의 여인은 1980년대부턴 이국적인 장식과 감성까지 덧입게 됐다. 현실 저 너머에서 이제 막 뛰쳐나온 듯한 초월적인 형상.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차가운 금속성 피부를 가지게 된 여인들의 눈매는 매섭게 변했다. 섬뜩한 날카로움을 뭉쳐놓은 듯 강렬한 이미지가 압도한다. 1970년대 여인과는 사뭇 다른 1980년대 여인. 그럼에도 이 여인들은 누가 봐도 천경자 자신의 내면세계와 다름없다. 이국의 외양을 입은 화백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까. 사실적인 묘사를 죽이고 초현실적인 상징을 붙여낸 뒤 시적인 사연까지 담아냈다.
‘천경자 vs 천경자’. 올 한 해를 정리할 경매시장의 주제어는 이쯤 될 듯하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하루사이로 진행할 올해 마지막 경매에 천경자의 여인들을 얼굴마담으로 내걸었다. 바로 그 1980년대 여인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케이옥션은 4점, 서울옥션은 6점으로 한 해 마무리 미술품시장을 후끈 달군다.
1988년에 그린 ‘아이누 여인’은 케이옥션에 나선다. 금빛 색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두건과 옷에 그은 문양이나 옷깃을 채운 붉고 푸른색은 되레 한국적이다. 배경의 명암을 단계적으로 조절한 덕에 얼굴 윤곽선이 도드라진 구도. 추정가 4억 8000만∼7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아이누 여인’에서 얼굴만 클로즈업한 듯한, 제작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여인’은 1억 5000만∼2억 5000만원에 출품했다.
1987년 작 ‘태극의 무희들’은 서울옥션에 걸렸다. 방콕여행에서 영향받은 듯한 두 명의 태국 무희를 앞뒤로 나란히 세운 작품이다. 화려한 머리장식이나 의상에 감춘 고독·슬픔을 은근히 드러내려 한 심중이 읽힌다. 추정가는 6억∼9억원이다. ‘태극의 무희들’ 외에 서울옥션은 천경자의 그림 5점을 더 내놨다. ‘기쟈의 피라미드’(1974·5000만∼8000만원) 외에 1960년대의 ‘여인’(3억∼4억원)과 ‘무제’(별도문의), 1970년대 초반의 ‘꽃’(8000만∼1억 5000만원),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로 추정하는 ‘기타 연주자’(3억∼5억원) 등 시기를 대표하고 소재를 망라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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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할 케이옥션 ‘12월 경매’는 231점으로 꾸린다. 높은 추정가로 150억원어치다. 다음날인 13일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경매장에선 서울옥션이 ‘제146회 미술품경매’를 통해 166점을 내놓는다. 낮은 추정가로 110억원어치다. 이틀 모두를 합쳐 397점 260억원 규모. 올해 마무리 빅매치의 출사표를 대신한다.
△안중근 유묵 일본서 찾아올까…최고 4억원
케이옥션이 이번 경매에서 치중한 건 해외작가의 작품이다. 미국 키네틱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조각 ‘목이 짧은 사람’(1962)을 대표작으로 세웠다. 모빌과 스태빌이 경쾌한 조화를 이루고 고요와 율동,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드러낸 작품은 추정가를 밝히지 않았다. 28억원부터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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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의 ‘무제’(2011)도 화제작이다. 보랏빛 도는 길쭉한 타원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란 철학을 담아낸 작품이다. 우묵하게 함몰하거나 불룩하게 팽창시켜 신비로운 입체감을 보듬는 카푸어의 특기가 고스란히 박혔다. 추정가는 8억∼12억원.
‘환기마니아’를 섭섭지 않게 할 김환기의 작품도 순서를 기다린다. 특히 그가 잘 쓰지 않은 붉은 톤의 두 작품이 눈길을 끈다. 초기 추상화인 ‘무제’(1960년대)가 3억 2000만∼4억 5000만원에, 전면점화 ‘무제’(1970년대)가 8000만∼1억 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고미술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은 안중근의 옥중유묵 ‘세심대’(洗心臺·1910)다. ‘마음을 씻는 곳’이란 뜻. 그간 일본의 개인소장가가 보관했던 터라 국내엔 제대로 소개조차 안 됐던 작품을 이번 경매에 처음 내보인다. 좌측 아래에 약지가 잘린 왼손의 장인이 선명하다. 추정가 1억 8000만∼4억원을 붙이고 새 주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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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선 드문 조각…권진규 희귀작 ‘불상’ 최고 3억원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라 평가받는 권진규의 특별한 작품이 서울옥션에 나선다. 1971년에 제작한 테라코타 ‘불상’이다. 간결한 조형미를 안정된 신체비례에 얹어낸 희귀작이다. 경매에선 조각도 드물지만 불상은 더더욱 드물다. 추정가 2억∼3억원에 나서 시선을 집중케 한다.
서울옥션이 해외작품으로 맨 앞줄에 세운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러시아마을’(1966)이다. 색채의 마술사답게 두툼하게 입힌 색감이 탁월한 작품이다. 고향인 러시아를 향한 향수,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 등이 진한 푸른색 바탕에 뭉뚱그려져 있다. 7억∼10억원에 응찰을 기다린다.
지난달 홍콩경매에선 출품작 4점을 모두 팔아치웠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만큼의 성적을 못 내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국내시장을 두드리는 이우환의 작품이 이번에도 자리를 폈다. ‘바람과 함께’(1987)가 12억∼15억원에, ‘대화’(2009)가 3억 5000만∼4억 5000만원에 출품됐다. 근현대부문에서 빠지면 허전하다 할 이중섭·장욱진도 작품을 낸다. 이중섭 자신과 아내, 두 아이가 태양·사슴과 어우러진 ‘노란 태양과 가족’(1955·별도문의), 장욱진이 예의 그 까치로 마음을 대신 전하는 ‘나무’(1987·1억∼1억 5000만원), ‘무제’(1982·1억 2000만∼1억 8000만원) 등이다.
고미술부문에선 보물이 한 점 ‘뜬다’. 보물 제948-2호로 지정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3’이다. 갖가지 속세의 번뇌를 다 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법을 일러주는 경전이다. 추정가 1억 5000만∼4억원에 나서 인생관을 뒤바꿀 비법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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