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그러나 식대와 격려금을 따로따로 판단했다. 김영란법은 상급 공직자가 위로 등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한 금품은 처벌 예외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식대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 소속 간부에게 밥을 산 것은 김영란법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일선 검찰과 법무부 파견 검사를 상하기관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무리한 주장인지 잘 안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동일체 조직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시로 인사교류를 하며 직급·기수별로 엄격한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검찰과 법무부의 구분이 없다. 법무부 과장들에게 이 전 지검장은 조직의 까마득한 상사였던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을 기소하고 법원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이중 잣대도 문제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여권을 중심으로 "특활비가 자기들끼리 밥 먹고 용돈 주라고 있는 돈이냐"며 굉장한 성토가 있었다. '적폐'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국가정보원 특활비의 청와대 제공은 문제가 되고, 검찰 특활비 법무부 제공은 문제가 안 되느냐"는 반론에 직면해선 "법무부로 건너가는 특활비는 국가예산 범위 내에 있어서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법무부가 쓰는 그 특활비는 과연 밥 먹고 용돈 주는 데 쓰이지 않았을까. 이쯤 되면 이 전 지검장 면직 처분의 정당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가 왜 그의 옷을 벗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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