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지속가능한 삶엔 도구 다루는 게 기본"
슈마허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시초
제3세계 주민 위한 값싸고 소박한 기술
전환기술·나눔기술·착한기술로도 불려
용접·목공·매듭 등 귀농·귀촌 필수 기술
수차례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도구를 만들기는커녕 오랫동안 써온 구식 도구조차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져서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업이나 기술자(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태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려면 기본적인 도구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북 완주군 용진면 완주군청 뒤편에 자리 잡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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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마련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 교육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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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전북 완주군 용진면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완주군청 뒤편 빨간 벽돌로 지어진 단층짜리 조합 건물 옆 빈터에서 조합원 곽기준(52) 강사가 남성 12명 앞에서 용접에 대해 설명했다. 저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방광면(防光面)을 쓴 남성들은 완주에 귀농·귀촌을 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교육생은 곽 강사의 지도에 따라 용접봉으로 불꽃을 튀기며 절단된 2개의 관을 직각으로 붙이는 작업을 했다. 중간중간 망치로 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올해 시작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다. 지난 5월과 9월에 이어 이번이 3기째다. 교육은 지난 4일부터 4박5일간 진행됐다. 귀농·귀촌 선배이기도 한 조합원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용접과 목공·전기·매듭 등 시골 생활에 꼭 필요한 기술만 추려서 가르쳤다. 전기 코드 빼기부터 전등 및 스위치 다는 법, 낫·칼 갈기, 화덕·난로·구들 만들기까지 다양하다. 곽 강사는 "기술 대부분이 간단한 원리와 방법만 따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는 데다 전문 직업으로 삼을 게 아닌데도 기술을 배우려면 몇 개월간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용접의 경우 목공보다 간단하고 안전해 여성들도 쉽게 할 수 있다. 쇠를 다루기 때문에 일단 배우면 생활에 쓸모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마련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에서 교육생들이 용접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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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마련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에서 조합원 곽기준(52) 강사(사진 왼쪽)가 교육생들에게 용접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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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는 대량생산 기술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지적하며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대중에 의한 생산 기술을 제안했다. 이런 기술이 저개발국의 토착기술보다는 우수하지만 부자들의 거대기술보다는 값싸고 소박하다며 '중간기술'이라고 불렀다. 슈마허가 제시한 '중간기술'은 이후 '적정기술' '전환기술' '대안기술' 등의 개념으로 발전됐다.
지난 5일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마련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에서 한 교육생이 용접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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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건물 내부 모습. 옛 잠사시험장을 완주군이 사들여 조합에 무상으로 내줬다. 원형 그대로 조합 측이 실습장 등으로 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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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멤버인 박용범 이사는 '적정기술'에 대해 "초보자 누구나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만만한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본인 역시 완주군 화산면에 귀촌한 박 이사는 "어릴 때는 망치질이나 톱질을 하는 아버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부서진 계단도 아버지가 시멘트를 직접 개서 수선했다. 웬만해선 남한테 맡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적정기술'은 '아버지의 기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안에서 한 교육생이 '로켓매스히터'에 땔감을 넣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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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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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에 있는 연장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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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전환기술 전람회 '나는 난로다'가 적힌 칠판.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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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뒷마당에는 나무 구조물이 서 있다.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만든 '달팽이 하우스'다. 거주 및 취사 등 전반적인 생활이 가능한 작은 집이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3.19m, 6.79m, 3.5m인 직육면체로 어른 키보다 높은 다락이 있고 그 밑으로 싱크대와 욕실이 배치됐다. 조합 측은 "집 구조가 단순하고 옮길 수도 있어 노인들이 살기 적당한 집"이라고 소개했다. 못 쓰는 목재 팰릿(pallet·화물운반대)으로 만든 의자도 눈에 띄었다. 박 이사는 "못과 망치·톱만 있으면 다른 자원을 안 쓰고도 폐자원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많다"고 했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달팽이 하우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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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쓰는 나무 팰릿으로 만든 의자.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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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수격펌프.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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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쓰는 나무 팰릿으로 만든 연장꽂이.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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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용진면 완주군청 뒤편에 자리 잡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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