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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설왕설래]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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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982년 개봉된 미국 영화 ‘나인 투 파이브(9 to 5)’는 남성 위주 직장문화에서 여성 직장인이 겪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국내에선 영화보다 경쾌한 같은 제목의 주제곡이 빅히트를 기록했다. ‘나인 투 파이브’는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통상적인 미국 직장생활을 뜻한다. 우리처럼 하루 8시간 근무다. 점심식사는 어떻게 할까? 대체로 일하면서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때운다. 밖에서 1시간 점심식사를 한 경우에는 스스로 알아서 오후 6시까지 ‘나인 투 식스(9 to 6)’ 근무를 한다.

우리나라에선 ‘9 to 6’의 근무형태가 일반적이다. 1990년대 초반 삼성그룹이 의욕적으로 ‘7 to 4’를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신세계그룹이 ‘9 to 5’ 실험에 나섰다. 현행 주 40시간인 근무시간을 내년부터 주 35시간으로 줄이기로 한 것.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d)’을 중시하는 요즘 풍조를 반영한 실험이다. 임금이 깎이지도 않으니 뭇 직장인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신세계발 불똥을 우려하는 기업주가 많을 것 같다.

요새 직원들에게 삶의 여유를 돌려주려는 기업이 늘어 반갑다. 위스키업체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WGSK)는 지난 1월부터 직원들이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계발에 힘쓰도록 금요일을 ‘힐링데이’로 운영 중이다. 오후 2시가 되면 전 직원은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 초기에는 영업 황금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업사원들이 많아 인증샷까지 찍어 보내도록 했다고 한다. 여행사인 여행박사도 지난 7월부터 직원들에게 격주로 금요일을 쉬도록 하고 있다. 한 주는 40시간, 한 주는 32시간 근무하는 식이다.

근무시간 단축과 함께 꼭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노동생산성이다. 미국에선 개인 사정에 따라 ‘9 to 6’ ‘7 to 4’, ‘10 to 7’ 등으로 자율적인데, 그 시간만큼은 전적으로 업무에만 집중한다. 비교적 사적 활동에 느슨한 우리의 직장문화도 되돌아볼 때다. WGSK는 전반적인 위스키 시장 침체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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