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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손잡을까 말까'…한국당, 국민의당과의 관계설정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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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들어설 새 원내지도부의 주요 과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자유한국당이 조만간 시작될 1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의당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번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했다.

대외적으로는 국민의당을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물밑에선 현실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마냥 척을 질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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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지난 6일 자정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 속에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극도의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정치권에선 '한국당 패싱'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국회가 비록 여소야대 지형이긴 하지만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이 손을 잡으면 제1야당인 한국당이 예산이든 법안이든 표결로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예산안 통과 직후 한국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밀실 야합", "위장 야당"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각종 쟁점 법안의 처리가 추진될 12월 임시국회에서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런 국민의당과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만간 들어설 새 원내지도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여(對與) 전략과 맞물린 국민의당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는 임시국회 개회(12월 11일) 다음 날 치러지는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재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 4인의 입장은 반반씩 엇갈린다.

우선 '친박'(친박근혜) 홍문종 의원과 '친홍'(친홍준표) 김성태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협치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결정적 사안에선 야당 역할보다 여당의 역할을 많이 했다"며 "제가 보기에는 국민의당의 협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러 상황에 있어 우리가 협조를 얻어낼 것은 얻어내겠지만, 기본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우리하고 같이 가기보다는 민주당과 같이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전제로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하이에나식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당과의 공조 여부에 대해선 "한국당의 전선을 집권여당인 민주당으로만 볼지, 아니면 '민주당 계열사'인 국민의당까지 포함할지는 머지않아 판단이 설 것"이라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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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또 다른 친박계 후보인 유기준 의원과 중립지대 단일후보인 한선교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협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8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그들과의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때인데 그것을 잘 못 해 우리가 (예산 정국에서) 실리도 잃고 존재감도 잃은 상황이 됐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공조해 현재 국회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나갈 능력을 갖춘 그럼 사람이 차기 원내대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더 나아가 국민의당과의 '합당'까지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8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예산안 처리가 끝난 뒤 우리가 '국민의당은 야당이 아니다'는 비난도 했지만, 그들이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정치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한 의원은 이어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정계를 위해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하나로 합치기를 저는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림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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