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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유승민, 안철수 당기며 호남 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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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박주원 사태와 통합론은 무관"

CBS노컷뉴스 유동근 기자

노컷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지난 예산 정국을 거치며 주춤해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국민의당 통합파인 최명길 전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데 이어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박주원 최고위원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당사자라는 폭로가 불거지며 분위기는 더 안 좋아졌다.

양당 정체성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 만큼 '당 대 당' 통합은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하지만 안 대표가 지역 성향에 기댄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과 더는 함께 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는 측면에서 이념 중심의 통합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친(親)자유한국당 성향의 의원들과 결별했듯이 안 대표도 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예산 갈등' 털고 다시 마주앉은 안철수‧유승민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은 지난 7일 양측 통합파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나란히 참석했다. 국민의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찬성을, 바른정당이 반대를 각각 표결한 뒤 하루만에 다시 만난 자리였다.

이날 만남이 있은 후 꺼져가던 통합론의 불씨가 다시 켜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정당은 중심을 잡고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명제"라며 "생각의 공통점을 찾고 중심을 잡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는 정책연대를 깨고 예산안을 처리한 데 대해 사과했다.

유 대표도 "우리(국민의당·바른정당)가 정책적으로 추구하는 공통분모가 굉장히 많다. 연대협의체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날 당내 회의에서도 자신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공수처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부패방지법, 방송법, 국회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국민당과의 공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양당 간 해명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예산안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세금 지원 등에 반대했던 공조가 본회의 표결에서 깨졌다. 국민의당이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배정받으며 여권과 타협했다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 국민의당발 잇따른 악재… 바른정당 "安, 결단 필요성 오히려 커져"

꺼져가던 통합론의 불씨는 다시 지펴졌지만, 양당을 둘러싼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은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최명길 전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 통합파 의원들이 그의 의원실을 회의실로 쓸 만큼 핵심이었지만, 의원직을 박탈당하며 통합파의 힘이 1차로 빠졌다.

결정적으로 통합론에 타격을 가한 것은 이른바 '박주원 사태'였다. 지난 8일 불거진 사태로 안 대표 등 통합파가 DJ를 겨냥했던 옛 한나라당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법한 이슈가 터진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바른정당 의원들은 "통합과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산 정국에서 호남에 쏠렸던 힘이 안 대표 쪽으로 이동하길 기대했지만 더 힘들어졌다"면서도 "안 대표가 옛 DJ 시절로 대표되는 안보관을 고수 중인 일부 의원과는 함께 가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결단의 시점은 오히려 빨라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당내에선 이번 사건이 통합 흐름을 막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은 "여권 입장에선 만만한 한국당 대신 중도-보수 신당이 등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흐름이 다분하다"며 "민주당을 견제하고, 한국당을 궤멸시키기 위해서 통합론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단 숨고르기, 통합파 1박2일 워크숍 '연기'

안‧유 대표는 각자의 텃밭 공략에 집중하는 등 일단 통합행보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몇몇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11일 2박3일 간 호남 일정을 강행했다. 유 대표는 지난 8일 경북 포항을 찾아 세비 인상 반납분을 지진 이재민에 기부한 뒤 대구공항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TK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양측의 통합파 의원들도 일단 숨고르기에 드러갔다. 국민통합포럼은 당초 오는 20~21일 1박2일 일정으로 동서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와 광주 등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1주일 뒤로 순연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결국엔 통합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감지된다. 국민의당의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비례대표 출당 등 당을 깨는 방안을 고민하라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요구를 고려하고 있고, 바른정당도 최악의 경우 이른바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의 퇴출 없이 통합을 추진하자는 국민의당 요구를 검토 중인 것이 그런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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