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光棍節가 열린 지난 11일, 중국 최대 온라인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는 한국 연예인 전지현이 제품 모델로 등장했다. 업계에선 이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해빙모드의 시그널로 풀이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가장 반기는 이들 중 한곳은 화장품 업계다. 지난 3월 이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2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35% 줄어든 23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토니모리ㆍ잇츠한불ㆍ클리오 등 15개 중소업체의 상반기 매출액은 7160억원으로 전년 동기(7650억원) 대비 7%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4% 감소했다. 수출 면에서는 선방했지만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사드 보복 조치 후 중국 세관의 통관절차 지연, 현지 마케팅 축소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상반기 성장률 38.4%에 못미치는 수치다.
이는 '돌아온 유커'에 숨은 함의含意가 상당히 크다는 걸 잘 보여준다. '돌아온 유커'에 취했다간 '떠난 유커'에 뒤통수를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장품의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화장품 수출 국가별 비중은 중국이 36%로 가장 높다. 이어 홍콩(31%), 미국(9%), 일본(5%) 순이다.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이전부터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동남아시아, 미주, 유럽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2010년 중국에 분 한류 열풍과 함께 높아진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리스크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중국 내 한류열풍이 점차 사그라드는 조짐"이라면서 "사드보복 조치는 일단락됐지만 과거 분위기를 100% 회복할 거란 보장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로컬 브랜드ㆍ해외 고가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더이상 'Ma de in Korea'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1e11@thescoop.co.kr<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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