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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레이더P]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감감무소식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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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신설 변수될 듯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대통령 주변 핵심 인사의 비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특별감찰관 임명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권력형 비위를 상시적으로 감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2015년 3월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9월 사임한 뒤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당초 여야는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여야는 후보자 추천 방식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라는 기능에 독자성이 있으므로 공석 중인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청했다.

특별감찰관은 당초 여야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야당이 현행 추천 방식에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게 됐다. 여당은 "이석수 감찰관 지명 때처럼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추천하자"고 했고, 야당은 "대통령은 여당 추천 인사를 낙점할 것이 뻔한 만큼 야당이 후보군을 추천해야 한다"고 반발한 것.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현행대로 여야가 각자 추천을 하되 여당 추천 몫에 대해선 야당에 거부권을 주겠다고 한발 뺐다.

1년 넘게 논의가 진전이 없자 최근 여야4당은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 특별감찰관을 모두 여당에서 추천하되 야당이 해당 인사에 대해 무제한 비토(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후보자 3명을 정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 간 생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훈 민주당 의원은 레이더P와 통화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 특별감찰관 자리가 별도로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공수처와 연동돼 있는 사안인 만큼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를 대비해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원내에서 현재 누구를 추천해야 한다는 것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특별감찰관 업무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야당에서 후보군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여당은 후보자 추천 자체가 불가능했다"면서 "공수처가 특별감찰관 업무를 대신하는 문제는 추후 조직이 갖춰지면 조정할 문제이고 아직 단정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적폐청산에 신경 쓰느라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도덕적인 잣대로 들여다볼 기회를 놓치고 있다"면서 "최근 야당은 납득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 3명을 여당이 추천을 하도록 양보한 만큼 하루빨리 절차를 밟아 임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당시 바른정당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 역시 "현재 특별감찰관 제도는 감시받아야 할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을 뽑는 제도"라며 "정권이 살아 있는 권력일 때는 권력을 남용하는 일을 막으려면 살아 있는 권력을 반대편 세력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9일 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이 안 돼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에 어떠한 통제 장치도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자신들이 추천한 특별감찰관으로 청와대 비리를 예방하겠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달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관련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야당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앞서 첫 특별감찰관이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때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과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추천한 이석수 변호사와 임수빈 변호사, 여야 합의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이광수 변호사가 후보자였다. 결국 여당에서 추천한 이석수 변호사가 낙점된 바 있다.

한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청와대 참모 중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5명의 수석, 편제상 비서실에 속한 장하성 정책실장과 3명의 수석 역시 감찰 대상에 오른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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