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도적 범죄인 미얀마 소수민족 박해
종교 지도자로서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 피해 볼까 우려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과 박해를 언급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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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도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청소’라 규정하고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등 미얀마 정부는 탄압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노숙자 등 빈곤층과 소수자의 편에 선 행보를 이어왔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사태를 외면한다면,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황의 참모 중엔 “로힝야라는 단어조차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교황의 발언이 미얀마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약 5200만 인구(2016년 월드뱅크 기준) 중 90%가 불교 신자인 미얀마의 가톨릭 신자의 수는 7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의 저명한 종교 분석가이자 저자인 토마스 리즈 신부는 “교황은 도덕적 권위와의 타협이나 미얀마 가톨릭 신자들의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며 “누군가는 미얀마를 방문하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미얀마 방문 중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수치 국가자문역과 각각 회담한다.
특히 흘라잉 최고사령관과의 만남은 미얀마 가톨릭 최고 성직자인 양곤 대주교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자원봉사자들이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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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세 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교황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목소리를 내는 존경받는 인물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그의 방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교황은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에게 적대적이고, 이슬람과 불교가 관련된 국가적 이슈에 가톨릭 지도자가 관여하는 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을 언급할지에 대해) 조언받고 있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그것(로힝야)이 금지된 단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발표한 대 미얀마 메시지에서 교황은 “이번 방문이 화해와 용서,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교황은 30일 미얀마 일정을 마친 뒤 방글라데시도 방문한다. 방글라데시에는 미얀마의 박해를 피해 건너간 로힝야 난민 약 6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황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대표단을 면담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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