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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미국 통상 압박 넘기 ‘남을 알고 나를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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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연간 120만대를 넘는 삼성·LG 세탁기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물리자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다른 산업에까지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현지 경쟁 기업들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지 일자리 창출을 적극 홍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23일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38%로 삼성전자(17%), LG전자(14%)를 크게 웃돈다. 동시에 시장조사기관 GfK·NPD의 미국 TV 시장 점유율을 보면 2500달러 이상 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올해 9월 49%에 달한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에서는 통상 압박이 없는 반면, 여전히 월풀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세탁기 부문에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게 된 셈이다.

TV 시장에서는 미국 제조사가 거의 입지가 없는 반면 세탁기는 월풀이라는 현지 기업이 ITC에 한국 기업들을 규제해달라고 청원을 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 경쟁 업체의 동향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이유다. 지난 8월 미국 태양광 기업인 수니바, 솔라월드 아메리카 등도 “아시아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들 때문에 태양광 전지 가격이 급락했다”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부과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ITC가 수입 태양광 전지에 대해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세탁기 세이프가드에서 그나마 수입물량 전량에 관세 50%를 부과해달라고 요구했던 월풀 측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지 않은 것은 삼성과 LG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서라면 보호무역조치, 환율 압박 등도 얼마든지 쓰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조다.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뿐 아니라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을 강조하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업체의 생산공장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고용 창출에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지에서는 좋은 일자리로 환영받고 있다”며 “현지 경쟁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동향을 파악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현지화해 일자리 창출을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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