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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亞갑부고객 많은 CS의 팁…"노후자금 불리는 자산관리서 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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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초대형IB 시대 / 자산관리에서 IB 해법 찾는 CS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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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새 금융중심지 커네리워프의 출근길 풍경은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잘 차려입은 정장차림 사람들이 한 손에는 가방을, 다른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하철 커네리워프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쭉쭉 뻗은 최신식 마천루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네리워프는 런던이 국제 금융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급증한 임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특구로 새롭게 탄생했다. 2000년대 이후 HSBC, 크레디트스위스(CS),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유럽본부가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이런 커네리워프에도 최근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런던이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IB들이 런던의 유럽본부 기능을 축소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로 뿔뿔이 흩어질 태세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만난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지난 100여 년간 이어진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IB가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을 때도 그랬다. 당시 주요 IB는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며 무리한 자기자본 매매에 나섰다가 큰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곧바로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고도의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비중은 줄이고 대신 웰스매니지먼트(자산관리·WM) 부문을 키우며 본래의 투자은행 업무에 집중하는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음에도 꾸준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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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위한 웰스매니지먼트와 IB 업무를 결합한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스위스계 크레디트스위스(CS)가 그런 사례다. 161년 역사의 CS는 전통적인 웰스매니지먼트 분야 강호다. 여기에 1990년 미국의 옛 퍼스트보스턴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업무를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CS는 PB 고객 자격으로 거래해온 부유한 기업가와 그 가족들에게 그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가 고객에겐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주고 해외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CS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CS는 '기업가를 위한 은행(Bank of Entrepreneurs)'이란 가치 실현을 위해 투자은행 부문 내에 성공한 기업가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별도의 '초고액자산가' 응대 조직도 운영 중이다.

특히 CS는 지난 수년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APAC)시장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별도의 아·태 사업부를 만들고 인원도 대폭 충원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가 이 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다. 비카스 세스 CS 글로벌 투자은행 및 이머징마켓 대표는 최근 런던 커네리워프 현지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세계의 부가 아시아로 집중된다는 건 결국 가장 많은 창업가들이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아시아는 가족경영 형태 기업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후세를 위한 유산 상속에서부터 기존의 투자를 현금화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까지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 지역은 CS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중심지로 자산관리와 IB를 결합한 사업 모델이 가장 큰 결실을 맺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 아·태 지역에서 자산관리와 IB 간 협업을 통해 거둔 연계 이익은 올 3분기까지 5억8100만스위스프랑(약 6540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WM과 IB 간 협업을 통해 거둔 연계 이익 5억300만스위스프랑(약 5660억원)을 웃돈 수치로 두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CS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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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새 금융 중심지 커네리워프는 브렉시트 결정에도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다. [매경DB]


다른 경쟁 IB들이 아시아에서 인원 감축 등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태 지역 인력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CS는 지난해 60명의 PB 부문 고객관리(RM)인력을 새로 충원했는데 이는 올 상반기 기준 아·태 지역 전체 RM 인력 610명의 약 10%에 달한다. 인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 확대를 노리기 위해서다. 특히 IB 업무가 주력인 한국CS도 공격적 인력 채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크레디트스위스 IB팀은 이천기 한국대표와 이경인 지점장 아래 상무와 이사급 시니어 뱅커만 8명으로 구성된 탄탄한 인력풀을 자랑한다.

CS와 더불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다른 스위스계 IB UBS도 아·태 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캐스린 시 UBS 아·태 지역 대표는 "아시아 지역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로 최근 6~7년간 이들에게 다양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회사 전체를 놓고 봐도 수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력 채용 등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B 전문가들은 초대형 IB를 준비 중인 국내 증권사들도 자산관리를 통해 도약의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스 대표는 "저금리 환경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 자산관리 시장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경쟁자들이 갖출 수 없는 상품이나 틈새시장 개척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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