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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연일 떨어지는 환율에 車·전자 수출업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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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린 끝에 2년 6개월만에 1천90원선마저 내주면서 수출품목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아직 '충격'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주요 대기업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나 내부적으로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일단락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수출기업들은 원화 강세가 다시 수익성 저해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날보다 3.1원 내린 달러당 1,086.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장에서 1천90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 반도체 "환위험 최소화 노력"

올들어 매분기 사상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는 최근의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물론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수퍼호황'이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로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적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실적 하락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완성품은 현지 생산과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과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해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車산업 환율 10원 떨어지면 매출 4천억원↓"

올들어 '사드 보복'에 시달렸던 자동차 업계로서는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났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우리 자동차 산업(완성차 5개사 기준) 매출은 약 4천2백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보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이 순이익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감소뿐 아니라 원화 강세는 인센티브·프로모션 등 현지 마케팅 여력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로서는 환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차량 단가 인상을 통한 채산성 확보,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한 매출액 보전,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환차손 회피를 위한 해외 현지 생산 확대, 헤징을 통한 환리스크 축소, 결제통화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를 판매 가격 등에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해외 생산이나 결제통화 변경 등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철강, 원재료 비용 하락으로 '상쇄 효과'

철강업계는 환율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같은 달러 가격에 수출해도 이익을 덜 남기게 되지만, 동시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비용이 하락해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한 입장이나 원료 수입가격 인하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 수입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원화 강세가 득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수출 비중이 70% 이상에 육박하면서 수출 경쟁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특히 원유 수입은 전월이나 전전월 환율이 적용되는 반면 제품 수출은 당월 환율로 이뤄지는 환율 시차 때문에 환율 하락세가 실적에 부정적이다.

또 원화 강세의 원인인 달러 약세는 최근 국제 유가를 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어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 항공업계는 "환율 오를수록 이익"

업종 특성상 외화 빚이 많은 항공업계는 원화 강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외화부채가 줄어들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줄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해외 체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모두 달러·유로 등 외화로 지급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9월 말 기준 미화 부채가 81억달러 규모로, 전체 부채의 62.5%를 차지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장부상으로 약 810억원의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대한항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그나마 부담이 상쇄돼 숨통이 트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해외여행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항공사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운임 수입뿐만 아니라 비용 지출이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져 환율 변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지만 역시 '상쇄 효과'가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 표시 매출 감소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수익성이 악화하지만 외화부채의 원화 표시 금액이 작어져 영업외수지가 좋아진다. 즉, 수입과 비용이 모두 줄기 때문에 변동 폭이 매우 크지 않는 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건설, 해외건설 프로젝트 영향 우려

건설업계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해외건설 프로젝트가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국내 건설사의 경우 달러 또는 유로화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공사의 경우 지금처럼 환율이 하락할 경우 매출을 인식할 때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국내 대형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해외 프로젝트 계약시점에서 환 헤지 상품을 통해 환율변동에 대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자재를 구입할 때는 원화 강세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으나 해외 건설시장에서 발주된 신규프로젝트를 두고 다른 나라와 경쟁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저하됨에 따라 수주가 불리해 질 수 있다.

연합뉴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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