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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하나밖에 없는 게 명품, 샤넬·디올 명품으로 부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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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뜨꾸뛰르 대모' 설영희 디자이너 "우리 옷 아껴줬으면"

"30년 전 고객이 딸 데리고 가게 올 때 큰 보람"

연합뉴스

포즈 취하는 설영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설영희 디자이너가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국내 패션 산업은 고객들이 우리 옷의 가치를 알아봐 줄 때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32년째 한국 패션계에 몸담아온 설영희 디자이너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설 디자이너는 1986년 데뷔해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오뜨꾸뛰르는 '고급 재봉'이라는 프랑스어로, 주로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고급 맞춤복(주로 여성복)을 의미한다.

설 디자이너는 "새로운 원단을 제작하고, 패턴을 찾고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며 "이윤을 크게 남기지 못해도 고객들을 생각하며 늘 공들여 작업한다"고 돌아봤다.

패스트패션과 유명 브랜드 의상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오뜨꾸뛰르는 점차 사장되고 있다.

지나치게 명품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에 일조한다.

하지만 설 디자이너는 오뜨꾸뛰르가 사라지면 우리나라의 패션 산업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는 "오뜨꾸뛰르는 디자이너, 재단사, 재봉사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다"며 "기성복 업체들이 점차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오뜨꾸뛰르 디자이너들은 봉제업계와 꾸준히 상호 작용을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작품과 함께한 설영희 디자이너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설영희 디자이너가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jkang@yna.co.kr



설 디자이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게 명품인데 샤넬이든 디올이든 패션쇼에 나오면 같은 제품을 수십만장 찍어낸다"며 "그걸 명품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오뜨꾸뛰르의 가치를 알고 명품보다 우리 옷을 아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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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희 디자이너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32년간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제작해온 설영희 디자이너.



설 디자이너는 꾸준히 한국 패션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제27회 한국섬유패션대상에서 디자이너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대단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30년 넘게 오뜨꾸뛰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듯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1일 열린 설 디자이너의 '2018 봄·여름(SS) 오뜨꾸뛰르 컬렉션'에는 역시 패션계에 몸담은 아들 양현준씨가 함께 무대에 서 눈길을 끌었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설 디자이너는 패션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아는 만큼 우려도 컸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들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보며 생각이 바뀌어 지금은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디자이너는 "젊을 적 내 옷을 입던 고객이 30년이 지나 딸을 데리고 우리 가게를 찾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후배들도 이러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옷을 지어 한국 패션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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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희 패션쇼에 모델로 나선 배우 박정수씨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배우 박정수씨가 21일 서울 중구 제이그랜하우스에서 개최된 디자이너 설영희의 패션쇼에 모델로 나섰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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