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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원천 배제'…구체적 기준 제시한 '인사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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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세부조항 저촉인사는 아예 검증 대상서 제외 / 부동산 투기→불법 재산증식으로 / 성격 보다 명확히 해 엄격 적용 / 논문표절, 연구부정행위 재정의 / 외교안보, 병역·경제법무, 탈세 / 관련 공직자 비리문제는 더 강화 / “조각 후 발표, 적용 피하기 아니다” / 野 “부적격자 줄줄이 임명해놓고 이제와 발표… 이런 물타기도 없어”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고위공직후보자 원천 배제와 인사 검증 기준’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적용됐던 인선 가이드라인의 최저선을 명문화한 것이다. 각 조항별 적용 대상자를 살펴보면 고액·상습 세금체납자 명단 공개자, 음주운전 2회 적발자, 성범죄 처벌자 등 상식적으로 공직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기준을 구체화해 발표한 것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파기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첫 인선인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부터 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맏딸의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사실 등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세계일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 국빈 방한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며 공약 파기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5월 26일 임종석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다시 5월 29일 “‘어떤 경우든 예외 없이 배제다’라는 원칙은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구체적 기준 마련을 지시한 결과가 이날 나온 가이드라인이다.

새 인사 가이드라인은 기존 5대 비리에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음주운전과 성 관련 비리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기존 인사원칙의 강화보다는 ‘면피성 기준’으로 해석되거나 오히려 후퇴로 평가될 여지가 적지 않다. 이날 발표된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논란 끝에 현 정부 1기 내각에 입성한 장관 중 낙마할 인사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음주운전 은폐 의혹이 일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나 ‘허위 혼인신고’ 논란이 인 끝에 자진해 사퇴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도가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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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당한 재테크까지 도매금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던 부동산투기 문제는 ‘불법적 재산증식’으로 범위가 좁아졌다. 적용기준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논문표절 역시 ‘연구자 소속기관의 표절 판정’이란 더 좁아진 기준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분야별 세부조항에 저촉되는 인사는 아예 인사 검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원천 배제’대상임을 강조했다. 설령 이 기준을 통과해도 그 내용에 따라서는 “정부 내부 검증 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추가로 걸러내는 작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의성·상습성·중대성의 요건을 적용해 판단한다”며 “객관적인 원천 배제 기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고의성·상습성·중대성 요건을 기준으로 정밀검증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임명기준안 발표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부적격자들을 임명해 놓고 이제 와 기준안을 발표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진배없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자격자들을 줄줄이 임명해 놓고는 이제 와서 기준안을 발표하니 물타기도 이런 물타기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조건 합격시킨 다음에 채용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거냐”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인사 참사를 자초한 청와대 인사라인부터 전면 쇄신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성준·이도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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