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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바이오株 '흔들'..."단기 차익실현" vs "거품붕괴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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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 상승을 주도한 제약·바이오주가 동반 하락하자 거품 논란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2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48포인트(1.07%) 하락한 780.90으로 장을 마쳤다. 그동안 코스닥지수를 상승 견인해 온 시가 총액 상위 바이오주가 동반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 거침없이 달리던 제약·바이오주, 동반 하락세

이달 들어 코스닥 제약·바이오주들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자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긍정론과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 하루만에 대규모 거래가 움직이는 등 상당수의 매매 행태가 이상 투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 관련 3개 종목은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각각 27.3%, 37.1%, 91.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어 왔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등 셀트리온 삼형제와 4위인 티슈진까지 합치면 시가총액 규모는 50조원(22일 기준) 규모로 전체 코스닥 시가총액(276조원)의 18% 가량을 차지한다. 이 외에 제약·바이오주의 시총을 합치면 20%를 훌쩍 넘어간다. 코스닥지수 흐름을 좌우하는 업종으로 급속히 규모를 키운 것이다.

그러나 22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3.19%, 7,19%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만 1.61%의 상승으로 마감했다. 지난 6일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 21일 7만51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티슈진 역시 이날은 8.89%하락했다.

시총 상위주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주 열풍 속에 전날까지 급등했던 코스닥시장 전반의 중소형 제약·바이오주들도 대체로 낙폭이 컸다. 이날 에이프로젠제약(-13.78%), 대화제약(067080)(-10.38%), 동성제약(002210)(-8.58%), 삼성제약(001360)(-8.17%), 종근당(185750)(-7.96%), JW신약(067290)(-7.71%), 바이넥스(053030)(-7.46%), 화일약품(061250)(-7.28%) 등이 급락했다.

조선비즈

11월 코스닥 시총과 제약업종(72개종목)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한국거래소 제공



◆ “단기 시세 차익에 불과” VS “거품 붕괴 징조”

제약·바이오주의 동반 하락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긍정론의 기저에는 내년에 이들 기업의 R&D(연구개발) 성과가 현실화되면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구완성·김재익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바이오 대세 상승기 이후 다수의 바이오 업체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며 “약 2~3년의 임상 기간을 고려하면 2018년은 글로벌 임상 결과가 도출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8년은 신약 모멘텀이 주도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 연구원은 “2015년에도 2월 화이자-호스피라 합병으로 인한 셀트리온(시밀러)의 주가 상승이 3월 한미약품(신약)의 일라이릴리 대상 기술수출로 이어지면서 섹터 전체로 확산됐었다"며 “그 때처럼, 2017년 하반기 바이오시밀러의 주도주 지위가 2018년에는 신약 R&D 업체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한미약품의 미국 3상 결과에 이어 하반기 바이로메드, 신라젠의 글로벌 3상 결과, 5월 대웅제약의 나보타(보톡스 시밀러) 미국 허가, 6월 녹십자의 IVIGSN(혈액제제)의 미국 허가 등 글로벌 허가 모멘텀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당장 이날의 동반 하락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을 바탕으로 한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현준 한화증권 연구원은 “단기에 워낙 급등한 탓에 발생한 차익실현 움직임 정도라고 본다”며 “업종이 동반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실적 베이스가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론을 제기하는 측은 제약·바이오주 투자가 정확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한 투자라기 보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이날의 동반 하락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로 투자를 하다보니 주가 흐름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고 변동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태”라며 “PER(주가수익비율)이 몇 천배까지 올라가 있거나 신라젠처럼 적자면서 상반기 매출액이 100억원에도 못미치는 회사가 8조원의 시총이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각종 성과가 예상되는 종목을 선별한다고 해도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획기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신약이 개발된 경우는 28건인데 이런 성과가 회사의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며 “셀트리온의 경우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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