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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정전협정에 대한 도전"…유엔사, 북한에 엄중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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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13년 7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6.25 정전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북한 군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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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3일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는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한 데 대해 “유엔사 측 인원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한군에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이번 조사에 대해 논의하며 향후 정전협정 위반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번 사건은 정전협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정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잠정 폐쇄 조치 이후 북한은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끊었다. 그래서 전언통신문(팩스)를 북한에 보낼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유엔사는 어떻게 연락했을까? 판문점 연락채널은 뭘까?

유엔사 관계자는 “오늘 오전 9시 30분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관계자가 JSA 내 군사분계선(MDL)에 다가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엄중한 어조로 항의하는 성명서를 읽었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당시 MDL까지 내려와 유엔사의 성명서 낭독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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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차 군정위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는 유엔사 대표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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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귀순 과정에서 총격이 일어난 뒤 유엔사 관계자는 확성기를 들고 “귀측(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의료 조치가 필요해 현재 아측(유엔사)에서 치료 중이고 이런 상황과 관련해 조사가 완료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외쳤다. 22일 역시 구두로 북한에 통보한 것은 맞지만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달랐다.

당초 이런 접촉은 과거 군정위를 통해 이뤄져왔다. 군정위는 1953년 7월 28일 정전협정을 이행하고 위반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와 북한군ㆍ중국군에서 각각 5명씩 모두 10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군정위는 휴전 다음날인 50년 7월 28일부터 91년 5월 29일까지 460차례가 열렸다. 그런데 북한은 1991년 3월 25일 군정위 참석을 거부했다. 당시 한국군의 황원탁 소장이 유엔군사령부 측 수석대표를 맡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열린 460차 군정위는 북한이 참가하지 않아 유엔사 단독만 참석했다. 94년 4월 북한 대표단은 군정위에서 완전 철수했고, 중국 대표단도 그해 12월 군정위에서 나간 뒤 가동된 적이 없다.

98년 군정위를 대신하는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이 가동됐다. 이후 16차례 회담이 열려 양측이 98년 잠수정 침투 사건, 99년 제1 연평해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북한은 2013년 3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뒤 장성급 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당시 북한이 군정위를 거부한 배경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을 맺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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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차 군정위에서 북한 대표단이 회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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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한ㆍ미를 포함한 호주, 뉴질랜드 등 유엔사 군정위 소속 장교와 스웨덴, 스위스 등 중립국 감독위원회 인원까지 참여하는 특별조사반(SIT)을 꾸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중립국 감독위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스위스ㆍ스웨덴, 폴란드ㆍ체코 등 4개국이 참여했다. 이 역시 북한의 강권에 따라 체코 대표단은 93년 4월. 폴란드 대표단은 95년 2월 각각 중립국 감독위에서 철수했다.

유엔사 특별조사반의 조사 결과는 유엔에 보고된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유엔사 특별조사반가 조사 결과를 유엔에 보고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정위공동감시소조가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북한은 67년 4월 이후 공동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42만여 건의 위반을 한 것으로 유엔사 군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주로 손가락질을 하거나 합의에 따라 달기로 한 표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의 경미한 사안이었지만 무장공비 침투나 국지도발 등 중대한 위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94건이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정용수ㆍ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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