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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책임질 의원 어디갔나"…폭탄돌리기 된 바른정당 사무처 대기발령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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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바른정당 통합파 집단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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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 하는 유승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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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한 김무성-유승민


의원 9명 한국당 복당 과정서 일부 직원 이동 논의됐지만 무산

탈당계 냈던 직원들, 한국당行 좌절에 당적 잃은 고아 신세
한국 "애초부터 채용 약속 없어" vs 바른 "복당파가 책임져야"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바른정당이 사무처 직원 13명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내린 가운데 이들의 고용 문제를 놓고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복당파 의원들과 함께 탈당계를 내고 자유한국당행을 택했던 일부 직원들은 한국당으로부터 채용을 거부당한 뒤 그대로 바른정당에 남았고 약 열흘 만에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분당 사태 끝에 힘없는 사무처 직원들만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주도한 의원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2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일 탈당계를 제출한 사무처 직원 13명에 대해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다. 대상자들은 22일부터 직무에서 배제된다. 출근도 하지 않는다.

탈당계를 낸 직원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빚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 등 9명은 복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른정당 사무처 직원 일부를 함께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사무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당 이동 희망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결과를 한국당에 보내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협상 과정에서 바른정당 소속 당원의 한국당 채용을 논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이동 희망자 13명 전원은 의원들의 복당이 결정된 지 하루만인 지난 10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한국당 사무처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40여명의 당직자들이 희망퇴직이나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바른정당 인원들을 새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 과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분당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린 일부 고위 당직자들 간의 악연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괘씸죄가 적용 돼 일부 인원들과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한국당 사무처 노조가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바른정당 당직자들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후 한국당 쪽에선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탈당계 제출로 당직을 잃은 직원들은 가시방석 위에서 낭보를 기다렸지만 복당파 의원들로부터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새 지도부 출범으로 내부 정리가 필요했던 바른정당은 숙고 끝에 인사위를 개최해 이들 13명에 대한 대기발령 결정을 내렸다.

바른정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탈당을 택한 만큼 이동 희망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동 희망자 명단이 당 안팎에 퍼지면서 일부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눈을 피할 만큼 정신적인 압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선택이 실직으로 이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바른정당 관계자들조차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바른정당 인사위원장인 김성동 사무총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어떤 면에서는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당직자들도 피해자다. 이런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아직 바른정당에는 대기발령 후 면직 조치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대상자 13명은 실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태를 촉발한 의원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 누구도 책임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애초부터 바른정당 사무처 직원 채용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당 사무처 직원들 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겠나. 오히려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이 바른정당 인원 흡수를 위한 준비 작업인 것처럼 비춰져 불쾌하다"고 밝혔다.

복당 과정에서 한국당과 사무처 이동에 대한 실무 논의를 벌였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사무처 직원들의 이동 문제는 의원들이 아니라 한국당 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일부 고위 당직자들이 주도한 것"이라며 "그들이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들고 와 그것을 한국당에 전달했을 뿐 채용 문제를 약속한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바른정당도 입장이 난처하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해 금전적 타격을 받은 데다 이동파와 잔류파 직원들 간 갈등의 골도 깊다. 대기발령자들을 면직처리하든, 복당 신청을 받든 어느 쪽을 택해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복당파 의원들을 향한 원망만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정치학교'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무총장이 인사위를 열고 여러 고민 끝에 (탈당계를 내고 한국당 이동을 희망한) 사무처 당직자 13명에 대한 대기발령 결정을 했는데 그 부분은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며 "이건 탈당 과정에서 사무처 직원들을 선동하고 한국당으로 간 의원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만큼 복당파 의원들에게 어느 정도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요청을 많이 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당직자들이 의원과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탈당계를 냈다면 이를 유발한 사람들, 당의 기간인 당직자들을 흔들어 댄 사람들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대기발령 대상자인 한 바른정당 직원은 "개인 사정에 의해 한국당 이동 결정을 내렸던 만큼 그와 관련한 도의적 책임은 각오했다"며 "하지만 복당파 의원들을 믿고 내렸던 그 선택이 실직 위기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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