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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주주님이라 불러라" 재벌 3세, 변호사들 상대로 폭행·폭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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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또 갑질…女변호사 머리채잡고 폭언

국내 유명 대기업 오너 일가 3세가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을 상대로 폭행·폭언 등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해 변호사들은 대형 고객인 재벌 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 3세 A씨(28)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열린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친목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10여 명의 신입 변호사들 모임에 A씨가 지인 소개로 중간에 동석한 것입니다.

한 시간가량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A씨는 만취했고, 그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지금부터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A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변호사들에게 "나를 주주님이라고 불러라"고 다그치는 등 막말을 이어갔습니다. 일부 변호사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일찍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A씨는 막말에 이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A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변호사들이 A씨를 부축했지만 A씨는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한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 폭언과 함께 폭행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A씨는 과거에도 만취 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습니다.

A씨는 난동을 부린 다음날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으나, 일부 변호사들은 큰 충격을 받아 사과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업무상 갑을 관계를 악용해 신입 변호사들에게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준 A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형 클라이언트사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도 못해

하지만 변호사들과 해당 로펌은 한 달 넘게 A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조계 인사들은 "폭행이나 상해는 형법에 따라 최고 징역 7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하지만 대형 고객인 재벌가 자제와 불미스러운 일로 얼굴을 붉힐 경우 기업자문 및 송무사건 수임이 끊길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로펌 경영진이 소속 변호사들의 피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폭행은 피해자 신고 없이도 경찰 인지로 수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라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해당 대기업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사자에게 확인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재벌 2·3세들의 갑질은 어땠나

한편, 재벌가 2·3세들의 갑질 및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씨(34)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습니다. 생일 케이크를 술집에 대신 사오게 한 뒤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에 장씨는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47)은 최근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면서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약식기소됐습니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 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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