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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연합시론] 1천315일 만에 하늘나라로 간 세월호 미수습자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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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3년 7개월 전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됐으나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5인이 하늘나라로 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천315일만인 20일 미수습자 5인의 장례가 치러졌다. 단원고 교사와 학생 2명의 발인식은 경기도 안산시에서, 일반인 승객 2인의 발인식은 서울에서 각각 엄수됐다. 이날 오전 6시 안산 제일병원에서 치러진 단원고 고(故) 양승진 교사(당시 59세)와 2학년 남현철, 박영인 군의 발인식에는 유족 이외에 조문객 50여 명이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양 교사의 아내 유백형(56) 씨는 남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못 찾아줘서 미안해, 여보"라고 오열해 지켜보는 조문객들을 안타깝게 했다. 일반인인 고 권재근 ·혁규 부자의 발인식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유족들은 부자의 이름을 부르며 애통해 했다. 미수습자 5인의 장례를 끝으로 이미 시신이 수습된 299명을 포함해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유족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의 머리와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을 아픔과 상처로 남을 것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유족들이 3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유해 수색을 기다리며 버텨온 목포 신항을 떠나기로 한 이유도 세월호 참사를 잊으려는 게 결코 아닐 듯하다. 이들이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겠다"며 미수습자 장례를 받아들이기로 한 데는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잊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과 함께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희망도 있을 것이다.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정치권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재조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족변호사였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26일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330일이 지나간 이 날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재조사하는 데 부정적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 발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법안에 규정된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여당 3명, 야당 6명 추천으로 구성하자고 했으나 현재는 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 1명 추천을 주장해 한국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20일 회동에서 사회적 참사법 문제를 논의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세월호 재조사 같은 역사적,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선 특정 정당이 주도하기보다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고, 조사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적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규모 5.4의 포항지진에서 3천여 채 가까운 건물이 피해를 본 데는 건물의 내진 설계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도 컸다고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는, 가장 좋은 길이다. 세월호 부상자와 유가족들의 정신적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도록 정부와 국민이 따듯한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서울 광화문광장 남쪽 끝에 1천200여 일째 자리를 지켜온 세월호 천막을 그대로 유지할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엄연한 불법 시설물인 만큼 천막을 설치한 유관단체들과 감독기관인 서울시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 합리적 결론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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