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강한 H5N6형 확진…지난 겨울과 동일
정부, 이틀간 전국 닭·오리 일시이동중지 명령
해당 마을, 외부와 24시간 출입 통제 '격리조치'
주민들 "마을에 몹쓸 병 생겼다" 초상집 분위기
농가 인근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방역 강화
22일부터 탐조객 출입 금지…수렵장도 폐쇄
인근 상가도 "탐조객 끊기면 매출 타격" 울상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전북 고창군 흥덕면 복룡마을 입구에서 방역요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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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전북 고창군 흥덕면 복룡마을. 방역복을 입은 남성 2명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는 승용차 한 대를 가로막았다. 고창군 소속 요양보호사 서모(61·여)씨가 탄 차였다. 서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마을에 사는 조모(82·여) 할머니를 돌보러 가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서씨는 5분이 넘는 승강이 끝에 통제초소 부근에 차량을 두고 소독까지 마친 뒤에야 걸어서 마을로 갈 수 있었다.
이곳은 전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된 오리 농가가 있는 마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해당 농가에서 검출된 AI 항원을 검사한 결과 전염성이 강한 H5N6형으로 나타났다. 지난겨울 전국에 창궐해 사상 최대 피해(3700만 마리 살처분)를 입힌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올겨울 들어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첫 사례다. 최근 철새 분변 등 야생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모두 저병원성으로 확인됐다.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전북 고창군 흥덕면 복룡마을 입구.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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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전북 고창군 흥덕면 복룡마을 입구.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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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AI가 발생한 오리 농가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 두 곳은 외부인 및 차량의 출입이 통제됐다. 길 곳곳에는 소독용 생석회가 뿌려져 있었다. 비슷한 시각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직원 3명이 AI가 확진된 농가로 향했다. 선임으로 보이는 한 직원은 취재진에게 "살처분 후 사후 조치가 잘 됐는지 점검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고창군 공무원들이 지난 18일 AI 항원이 검출된 농가에서 오리들을 예방적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 고창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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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리 농가 인근에 있는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모습.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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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진 농가를 직접 관할하는 전북도와 고창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AI 발생 농가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동림저수지가 있어서다. 고창군 흥덕면과 성내면 일대에 걸쳐 있는 동림저수지의 면적은 3.82㎢에 달한다. 해마다 12월~2월 가창오리와 청둥오리·물닭·흰뺨검둥오리 등 철새 20여만 마리가 동림저수지에서 겨울을 난다.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리 농가 인근에 있는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모습. 물닭·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철새들이 물 위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다.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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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리 농가 인근에 있는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모습. 물닭·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철새들이 물 위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다.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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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리 농가 인근에 있는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모습. 물닭·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철새들이 물 위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다.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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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고창군의 예찰 결과 동림저수지에는 현재 철새 800여 마리가 관측되고 있다. 실제 기자가 '흥덕제(제방)'가 있는 동림저수지에 가보니 물닭·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물 위를 떠다녔다. 이날 저수지를 찾은 강필구 고창군 환경정책팀장은 "지금 보이는 철새들은 먼저 온 선발대와 토착화·텃새화된 철새가 섞여 있다"며 "AI 발생 전후로 이상 징후나 폐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일 동림저수지에 예찰을 나온 강필구 고창군 환경정책팀장이 철새들을 가리키고 있다.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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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저수지 주변 상가들도 울상이다. 탐조객들의 발길이 끊기면 겨울 한철 장사를 망칠 수 있어서다. 고창군 성내면의 한 식당 주인 이모(69)씨는 "가창오리떼가 한번 날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장관이다. 해마다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는 주말마다 전국에서 온 탐조객들이 타고 온 차량 수백 대가 마을에 가득 찬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동림저수지에서 AI가 터졌을 때 우리 식당뿐 아니라 주유소·숙박시설·슈퍼마켓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며 "AI 사태가 길어지면 농가도 문제지만 상가들도 타격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리 농가 인근에 있는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 모습. 고창=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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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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