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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에 불법 논란까지... 에어비앤비 회장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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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글로벌 CEO열전-37]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지난 16일 장애인 여행서비스 전문 벤처기업인 어코머블을 인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에어비앤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장애인 차별 외에도 몰카와 성폭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고, 집주인에게 여행객이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미국처럼 숙박공유가 합법화된 나라도 있지만 관련 법이 없어 불법으로 여겨지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집 공간을 나눠 쓰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의 인기는 여전하다. 창사 10년 만에 누적 이용자가 1억8000만명이 넘었고, 전 세계에 등록된 숙소는 300만개 이상이다. 기업가치도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을 이루어낸 주인공이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회장이다. 그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상'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능이라는 말은 무시하자. 어떤 것도 우리가 하는 일을 무너뜨릴 수 없다." 그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당부하는 말이다.

우버와 더불어 공유경제의 문을 활짝 연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집의 개념을 확장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시작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2007년 20대 중반이었던 체스키는 앞날이 막막한 백수였다. 따로 방을 얻을 돈이 없어 함께 사업하기로 의기투합한 친구 조 게비아의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서 기식하는 빈대 신세였다.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궁리를 하던 중 그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으로 눈이 번쩍 뜨였다. 친구의 아파트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남아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쓰지 않는 공간을 임대하면 수입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돈벌이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산업디자이너들이 모이는 대규모 컨벤션 행사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홍보한 결과 어렵지 않게 3명의 게스트를 모집할 수 있었다. 그는 이들에게 간단한 에어베드와 아침식사(breakfast)를 제공했다. 다른 숙소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했던 것은 물론이다. 첫 고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잠을 자는 차원을 넘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가 좋은 반응을 얻자 체스키는 이듬해인 2008년 친구들과 함께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해 숙박공유 사업을 펼쳤다. 에어베드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에어비앤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경험이 별로 없었던 청년들에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첫 투자 유치 단계부터 난항을 겪어야 했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체스키는 이렇게 회고했다. "사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많은 투자자들을 찾아다녔고 벤처캐피털 문도 두드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너무 플랫폼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시장이 작고 경영자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존 사업 방식이나 성공 조건과 너무 달랐으니 어쩔 수 없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이 얼마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체스키와 친구들은 4년 가까이 숙박 예약과 결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숙박을 제공할 제휴 대상을 늘려 나갔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자금은 고갈됐고 전망은 불투명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애어비앤비에 투자하겠다는 유명 창업투자회사가 나타난 것이다. 체스키는 그동안 진행됐던 현황과 비전을 설명했다.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지만 성장성이 있다고 본 창투사는 투자를 결정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던 체스키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이는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 일로 문을 닫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에어비앤비는 생존할 수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체스키 회장이 털어놓은 말이다.

기업가로서 체스키 회장의 장점은 현실을 뛰어넘는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능력에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와 무엇이든 만들기에 흥미가 많았고, 자신의 소질을 살기기 위해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 입학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사업과 상상력을 접목하는 힘은 여기서 나왔다. 그의 이런 성향은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이 됐다. 2014년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들같이 꿈을 꾸며 놀라운 일을 하려고 꾸미는 사람들을 원한다."

체스키 회장의 즐거운 상상이 만든 사업 중 하나가 '트립스(Trips)'다. 집주인(호스트)이 손님(게스트)을 위해 주변 관광명소와 음식점, 위락시설을 중심으로 여행일정을 직접 짜주는 서비스다. 기존 여행사와 다른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과 지역 명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호스트 초정 행사에서 그는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트립스를 이용하면) 집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고, 멋진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사업에서도 경험과 상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트립스를 소개할 때도 머릿속으로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어울려 동네 뒷동산을 거닐고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어울리는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2017년 6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에어비앤비의 독특한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에어비앤비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숙박 예약이 아니라 종합 여행사로 진화하는 것이다. 여행객의 지출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숙박객의 안전과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막아낸다면 당분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체스키의 상상력과 사업 수완이 녹슬지 않는다면 이 예측은 적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전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며 성장통을 이겨내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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