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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클래식 불모지 다낭에 울려 퍼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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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경주엑스포’ 행사 일환 / 경북도향, ‘뉘엔…’ 극장서 연주 / 한류 OST·아리랑 등도 큰 호응

“깜언(감사합니다) 경상북도오케스트라.”

경북도립오케스트라(지휘자 이동신)가 ‘호찌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년’ 행사의 하나로 연주한 베트남 다낭시 판차우 거리에 있는 ‘응우옌 히엔 딘’ 극장은 주말인 18일 오후 7시(현지 시간)를 맞아 수많은 관객들로 가득 찼으며, 모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 바빴다.

다낭은 최근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렸던 곳으로 개발이 한창이지만, 지금껏 전통 음악이 유행할 뿐 클래식 음악은 접하기 어려웠다.

인구 1억명이 넘는 베트남에 음악대학이 있는 곳은 수도인 하노이와 호찌민, 후에뿐이다. 이 때문에 교향악단은 한국에서 공수하기 어려운 대형 악기를 구하려 해도 승용차로 4시간 거리에 떨어진 후에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마저 외지 반출을 금해서 연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일보

이화영 계명대 교수가 경북도립교향악단과 함께 가곡을 들려주고 있다. 경북도립교향악단 제공


이날 연주회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층들로, 오케스트라를 처음 보는 듯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음악이 연주되면서 광고나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들었던 비발디의 ‘사계’ 등 익숙한 곡이 연주될 때는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주회는 관중의 수준을 감안해 이동신 지휘자가 곡을 설명하고 다시 현지 통역사가 베트남어로 통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낭인들은 최근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삽입곡 등이 연주될 때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특히 계명대 이화영 교수가 부른 가곡 ‘새야 새야’는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앙코르 요청으로 지휘자가 ‘아리랑’을 연주하자 대부분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경북도를 검색해 문화가 한국과 경북도를 알리는 최첨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공연을 관람한 팜티 프엉 찐(21·여)씨는 “다낭에 살면서 클래식 연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에도 나오는 유명한 연주자들이 직접 설명을 곁들여 연주를 들려줘 한국에 대해 정말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낭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늉씨도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교향악단이 온다는 소식을 알리고 함께 공연을 봤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으쓱했다”고 말했다.

이동신 지휘자는 “베트남은 그동안 클래식의 불모지로 알려졌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잠재적 관중이 많고, 또 이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도향은 오는 21일 호찌민에서 베트남이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당타이손과 호찌민 음악대학에서 협연을 할 계획이다.

다낭(베트남)=전주식 기자 jsch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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