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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배려·소통 없이 각자도생… '불통의 사회'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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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준비한 '부모·자녀 함께 볼만한 연극'

日 노다 히데키 '밖으로 나왓! … '명동예술극장서 23일부터 나흘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23일(목)로 연기됐다. 오로지 수능만을 위해 일년을 꼬박 쉼없이 달려온 수험생들은 힘겨운 싸움을 일주일 더 이어가는 중이다. 무사히 수능을 치른 수험생 자녀와 연극 한 편을 함께 보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어떨까.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수능일인 오는 23일부터 나흘간 연극 '밖으로 나왓!'을 명동예술극장(서울 중구)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자녀와 한 번쯤 투닥거렸을 법한 일상 속 갈등을 유쾌하게 그리면서도 '이젠 정말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일까'라는 무거운 난제(難題)를 던진다.

최근 일본 연극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킨 스타 연출가 노다 히데키(Noda Hideki)의 대표작 '밖으로 나왓!'은 이해와 소통의 폭이 좁아진 현대인을 정조준한다. 평소 자녀 혹은 부모와 의견 충돌을 자주 겪거나, 결국엔 '우리 안의 타인'일 수밖에 없는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더구나 노다 히데키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과 출연까지 맡으며 1인 3역을 자청할 만큼 '작정하고' 올리는 무대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임신을 한 강아지 '프린세스'를 돌봐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아빠 '보'와 엄마 '부', 딸 '피클'은 모두 같은 시간에 외출 약속을 잡았다. 누군가 한 명은 약속을 취소하고 프린세스를 돌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으면서 다툼은 파국에 이른다. 결국 세 식구는 서로 쇠사슬로 묶고 집안에 갇힌다. 이미 모든 휴대전화는 파손됐고 심지어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수개월이 흐른다.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변할까. 이것이 노다 히데키가 전달하려는 궁극의 메시지다.

노다 히데키 연출 특유의 빠른 장면 전환과 배우의 신체를 극대화한 표현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무대 위를 오묘하게 지배하는 긴장감은 가족 간의 양보와 배려 문제를 넘어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까지 들춘다.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가벼운 의견 다툼을 극화한 것이지만,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파편화되는 현실을 겨냥해 굳이 가족을 소재로 삼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다 히데키는 "타인과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회에서 최소 공동체인 가족조차 서로 궁지에 몰아붙여 존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가족의 존망은 우리 사회 존망에 대한 메타포(metaphor·비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으로 치닫는 설정이 씁쓸한 뒷맛을 남길진 몰라도 한편으론 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복원과 희망을 부르짖는다. 이 때문에 객석에 들어갈 땐 자녀(혹은 가족)와 각자 앉았다가도 막이 내리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가족극이기도 하다.

한편 초현실적이면서도 모순된 현 시대를 비틀어본다는 의미에서 배우의 성별도 뒤바꿨다. 노다 히데키는 엄마 '부' 역할을, 딸 '피클'은 영국 남자배우 글린 프릿처드가 맡았고, 아빠 '보'는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연극상'을 수상한 '여배우' 캐서린 헌터가 열연한다.

연극 '밖으로 나왓!'은 오는 23~26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중간 휴식 없이 90분간 영어로 공연한다. 한글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에 초등생 자녀도 부담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특히 24일(금) 공연은 작가·연출·주연을 맡은 노다 히데키와 직접 만나 작품 감상을 나누는 '예술가와 대화'가 예정돼 있다. 나흘만 올리는 단기 공연이라서 공연 시간(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2시·7시)을 잘 챙겨야 한다. 입장권은 2만~5만원, 예매와 관련한 문의는 국립극단 홈페이지(www.ntck.or.kr)에서 할 수 있다.
조선일보

/도쿄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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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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