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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대학, '만들어진 인재' 원치 않아… 탐구·도전정신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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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카 EF국제사립학교 상담부장 교사 인터뷰

IB디플로마, 미래형 학제로 주목 … 심층 학습 통해 사고력 등 향상 … 동아리·인턴십 활동 두루 경험을 … EF, 올해 졸업생 진학률 100%

"미국 최고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시험 점수와 내신이 좋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합격증을 받아내려면 성적 이상의 무언가를 갖춰야 합니다."

마이클 무스카(Michael Muska) EF국제사립학교 상담부장 교사는 '성적 이상의 것'으로 특별한 교과과정 이수와 비교과 활동을 꼽았다. 무스카 교사는 미국 코넬대 입학사정관 및 브라운대 총괄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했고 2011년엔 저서 '대입 허가(Getting In)'를 펴내며 미국 전역에서 주목받은 대입(大入) 전문가다. 지금 그가 재직 중인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재학생 대입을 지원할까. 오는 12월 7일부터 제주·부산·서울에서 차례로 열리는 EF국제사립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무스카 교사를 이메일(E-mail)로 미리 만나 얘기를 들었다.

조선일보

마이클 무스카 EF국제사립학교 교사는 “훌륭한 교과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갖췄더라도 대입 전문 상담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우리 학교가 한 캠퍼스에만 대입 전문 교사를 4명이나 두고 11학년부터 1대1 면담을 시작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EF국제사립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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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통해 문제 발견력·융합 사고력 키운다

스웨덴 교육 기업 EF가 운영하는 EF국제사립학교는 미국 뉴욕과 영국 옥스퍼드·토베이에 캠퍼스를 둔 보딩스쿨(기숙학교)이다. 최근 해마다 입시 실적이 향상하고 있다. 올해 졸업생 총 진학률은 100%이며 예일대·옥스퍼드대·펜실베이니아대·코넬대 등 상위 5% 대학(QS 세계 대학 순위 기준)에서 날아온 합격증만 543개(중복 합격 포함)다. 한국 졸업생은 미국 보스턴대·엠브리리들항공대·노스이스턴 약대, 캐나다 UBC(4년 장학금) 등에 진학했다.

무스카 교사는 진학률 증가에 일차적으로 기여한 요소가 교과과정이라고 봤다. EF국제사립학교 학생들은 IB디플로마(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 ma·국제 공통 고교 학위 과정)와 A 레벨(A-Level·영국 대학 입학 준비 과정) 중 하나를 택해 2년간 이수한다. IB디플로마는 글쓰기·토론·비교과 활동을 하며 문제 발견력·문제 해결력·소통력·융합 사고력까지 높이는 미래형 학제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 스스로 시간표를 설계하므로 적성과 수준에 따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세계 3300개 이상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IB디플로마 이수 여부를 반영한다.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도 내년에 200여 개 학교에 IB를 도입하는 교육 개혁을 추진 중이다. IB디플로마를 주관하는 스위스 IBO재단에 따르면 IB디플로마를 이수한 학생의 대학 합격률은 미이수자보다 22%p 더 높다. 무스카 교사는 "미국 대학은 학생이 택한 교과목 리스트와 성적을 보면서 학습력·도전 정신·결단력·그릿(Grit·열정과 끈기)·발전 가능성까지 가늠한다"며 "IB디플로마처럼 검증된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이 같은 역량을 어느 정도 갖췄을 거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무스카 교사가 꼽은 IB디플로마의 정수(精髓)는 심화 장문 에세이다. 특정 분야를 심층 학습해 연구하고 4000자 내에서 보고서를 쓴다.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를 진행하며 학습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며 "탐구력과 분석력을 두루 키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만들어진 인재' 원치 않아… 나만의 이야기 필요

많은 학생이 지금까지 명문대에 합격한 선배들을 모델 삼아 정해진 틀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 한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활동은 금세 들통나기 마련이라는 것이 무스카 교사 얘기다. 그는 "대학은 '만들어진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은 열정을 쏟을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해온 학생을 뽑고 싶어 합니다. 그 '무엇'은 학업이 될 수도 있고 음악·미술·육상 같은 특별한 재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대학은 자기만의 영역에 몰두하는 탐구심을 높이 사며, 이런 경향이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문제는 중·고교생이 자기만의 관심사나 적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EF국제사립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적성을 찾도록 돕는다. 주목할 만한 건 인턴십이다. EF는 세계 530여 개 학교와 사무실에서 학생들에게 인턴십을 제공한다. 지난해 한 한국 학생은 EF 홍콩 사무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인턴십을 했다. EF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교육 재단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 학생은 올해 보스턴대에 입학했다.

올해 EF국제사립학교에는 컴퓨터공학·약학·예술 등 특정 학과에 합격한 학생이 늘었다. 무스카 교사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동아리 및 대외 활동을 지원한 방침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 분석했다. EF국제사립학교는 로봇공학·경영·축구·농구·배구 등 60여 개 이상 동아리를 운영하며, PGA 티칭 프로가 교내 골프 동아리를 지도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컴퓨터공학으로 잘 알려진 미시건대 등 명문대학과 다양한 교류도 진행한다.

무스카 교사는 "EF국제사립학교가 70개국 학생들이 다니는 '진짜 국제학교'라는 점도 입시에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 재학생 중 한국인은 5% 미만이다.

"대학은 동아리 활동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리더십과 소통력, 협업력을 익히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인지한 학생을 선호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영미권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면 자기만의 능력을 활용해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 더 나아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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