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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 상원 의원도 “11년 전 성추행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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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코미디언 출신 앨 프랭컨

잠든 여성 앵커 가슴 만지는 포즈

피해자 ‘미투’ 폭로 정치권 파장

중앙일보

리앤 트위든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폭로한 사진. 앨 프랭컨 상원의원이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2006년 촬영된 사진 속에서 그는 트위든의 가슴을 움켜쥐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트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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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추문에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미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일상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공유하는 운동이다. 이번엔 민주당 상원의원이 심판대에 불려나왔다. 인기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1970~80년대에 스타덤에 올랐던 코미디언 출신 앨 프랭컨(66)이다.

그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2006년 모델 출신 리앤 트위든은 프랭컨이 이끄는 미군위문협회(USO) 공연단의 일원으로 중동을 방문했다. USO는 비영리 조직으로 해외 미군 위문투어를 하는 단체다. 첫 공연 직전 프랭컨은 트위든을 무대 뒤로 불러내더니 “실전처럼 리허설을 해야 한다”면서 트위든을 강제로 껴안고 키스를 했다.

트위든은 이를 간신히 뿌리치고 일정 내내 그를 멀리했지만 귀국 후 투어 사진 CD를 훑어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방탄복 차림으로 곤히 잠든 사이 프랭컨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는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었단 걸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겪은 일을 세상에 확성기를 틀어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분노한들 방송인으로서의 내 경력에 해가 갈까 두려웠다.”

11년간 침묵했던 트위든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이 라디오 앵커로 일하는 지역방송국(KABC)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했다. 프랭컨 의원은 곧바로 사과 성명을 냈다. 리허설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고 기내 성추행에 대해선 ‘재미’로 한 것이었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트위든도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비록 원내 입성 전 사건이긴 하지만 미투 캠페인에서 현역 연방 상원의원의 실명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선 지난달 5일 불거진 와인스틴 성추문 이래 거의 매일같이 폭로 리스트가 추가되고 있지만 배우 케빈 스페이시를 비롯해 대부분이 언론·엔터테인먼트 업계 인사다. 반면 영국에선 현직 국방부 장관이 과거 성희롱 폭로로 사퇴하는 등 정가가 ‘미투 수렁’에 빠졌다.

공화당 상원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즉각 프랭컨 의원의 윤리위 회부를 촉구했다.

공화당으로선 민주당 소속인 프랭컨 의원 성추문으로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로이 무어 후보 문제에 대한 ‘물타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무어 후보는 1979년 자택에서 14세 소녀의 몸을 더듬는 등 10대 여성 4명을 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의 딸 이방카는 15일 인터뷰에서 “어린아이들을 먹잇감으로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지옥에 있다”며 무어 후보를 강하게 성토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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