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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포항 강진>“수능이냐, 목숨이냐”···연기론에 ‘매뉴얼’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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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의 운명을 좌우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때 아닌 경북 포항 지진 발생으로 인해 수험생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진이 나더라도 ‘우선 고사장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대피 메뉴얼이 전해지자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단 교육부는 “수능 고사장 지진피해가 심각하면 예비시험장을 이용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기냐 강행이냐를 놓고서도 ‘설왕설래’ 논쟁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누구보다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큰 시름에 싸였다.

여진 가능성까지 나오자 지진의 직격 피해를 맞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는 수능을 이대로 강행해도 될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트위터리안 ‘@08****’은 “오늘 지진이 났는데 내일 수능을 보는 것이 진짜 ‘오버’ 아니냐”며 “수험생분들은 내일 무슨 일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두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de****’은 “지진 걱정을 하다가도 내일 당장 수능을 걱정해야 되는 (수험생들의)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며 “사람 목숨이 걸린 자연재해인데…”라고 말했다.

결국 수능보다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1r****’은 “경북 지역 수험생들은 수능보다가 지진이 나도 시험 보느라 휴대폰이 없어서 재난문자도 못받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 줄도 모르고 대피는커녕 제일 위험할 것 같은데 어떻게 조취를 취하던가 해야지 일정대로 수능을 진행한다니 이해가 안간다”고 밝혔다. ‘@pe****’은 “혹시라도 수능을 치는데 지진이 나면 일단 감독관을 기절시키고 안전하게 학교 밖으로 나오면 된다”며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 수능이야 1년 뒤에도 칠 수 있다”고 씁쓸해 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세워놓은 수험생 대피 메뉴얼 등을 놓고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8일 경북 지역 지진 사태에 대비해 수능 당일 지진 발생에 따른 수험생 대비 요령을 총 3단계로 구분해 마련해뒀었다. 이 요령을 보면, 가·나·다 단계로 나눠진다. 각 단계는 ‘진동이 경미하여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할 수 있는 경우’ ‘진동은 느껴지나 안전성이 위협받지 않으므로 일시적으로 책상 밑에 대피한 이후 시험을 재개할 수 있는 경우’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각과 장소에 따라 전국 85개 시험지구별로 단계별 대처요령이 통보되고, 각 시험장 책임자(학교장)가 단계별 대처요령에 따라 현장 상황을 결정하게 된다. 지진이 발생하면 수험생은 교내 방송 및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우선적으로 대피하게 되는데, ‘나 단계’ 수준으로 진동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 책상 밑으로 대피하며, 지진의 규모가 크다고 판단되면 ‘다 단계’ 요령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하게 된다.

이에 대해 ‘@bk****’은 “메뉴얼 내용을 보니 갑자기 회의감이 든다”며 “수능을 보다가 지진이 일어나도 일어나면 안되고 건물에 금이 가야 나갈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wi****’은 “진짜 지진이 나도 수능 본다고 대피도 안시킬거면서, 그렇다면 초중고교 내내 대피훈련은 왜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수험생 ‘@sl****’은 “이 메뉴얼을 만든 사람들이 제 정신이냐. 수능이 목숨 걸고 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가 싶다”며 “지진이 나서 건물이 흔들리는데 지진을 인지하자마자 내가 손에 든게 국어 책이라는 것에 환멸이 난다”고 밝혔다.

수험생 ‘@fo****’은 “수능이고 뭐고 지진이 크게 나면 다 끝나는데 시험보다 나부터 살고봐야 하는 것 아니냐. 대학이 중요하냐, 내 목숨이 중요하지”라고 밝혔다.

‘@mo****’은 “오늘 지진이 났으니 내일 여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감독관들에게 대피에 관한 더 명확한 명령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행위 여부도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자신을 재수생이라고 밝힌 ‘@se****’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능을 치지만 수험생 안전은 없다”며 “작년에도 수능칠 때 ‘지진이 나도 계속 쳐라’고 했는데, 올해는 지진 났을때 눈돌리거나 말하면 부정행위란 것이냐”고 말했다.

‘@ye****’은 “심지어 수능보다가 지진이 나서 입을 열면 부정행위인가”라며 “감독관 허락 하에 움직이고 지진나면 대피도 못하고 책상 밑 아래에 숨어야 하는 우리나라 고3(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일단은 수험생들을 걱정하는 멘션들이 쏟아졌다. ‘@ba****’은 “진짜 다들 심란하겠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겠냐”고 안타까워했다. ‘@op****’은 “수능 안 치는 사람들도 이렇게 불안해 하는데 수능 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해하겠냐. 수험생들이 제대로 수능을 보겠냐”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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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이진주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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