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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연아의 호소… 157개국 '평창 52일간 평화'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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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휴전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대회기간 모든 적대행위 중단…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국 발의

김연아, 유엔 총회서 특별 연설… 3분 40초간 영어로 평화메시지

"평창, 한반도 긴장 완화 이바지… 북한 선수들 꼭 참가하길 바라"

"저는 열 살 때 (2000년 호주 시드니 하계) 올림픽 스타디움에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의 힘을 처음 느꼈습니다. 오늘 유엔 총회의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 승인을 통해 그때 목격했던 스포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 '피겨 여왕' 김연아(27)가 특별 연사로 나서 전 세계에 평창올림픽의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회의는 내년 평창올림픽(2018년 2월 9~25일) 개막 7일 전부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3월 9~18일) 폐막 7일 후까지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는 자리였다. 정부 대표 한 명만 발언하는 것이 관례지만 우리 요청을 유엔총회가 받아들여 김연아가 이례적으로 더 연설을 했다.

조선일보

13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정부 대표단 기자회견에 도종환(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 김연아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선수 시절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북한 선수들이 꼭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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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녹색 바지 정장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김연아가 연단에 올라서자 각국 외교관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연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영어 원고를 3분 40여 초 동안 읽어 내려갔다. 그는 "평창올림픽 홍보 대사와 두 차례 올림픽 참가, 유니세프 국제 친선 대사로서 인종·지역·언어·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스포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면서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회"라고 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고, 스포츠라는 아름답고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낼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며 "평창은 남북의 얼어붙은 국경을 녹이기 위해 가장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평창올림픽이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전 세계와 인류를 위한 올림픽 평화 정신을 나눌 최고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피겨 여왕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유엔, 대회기간 휴전 결의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대사인 ‘피겨 여왕’ 김연아가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연아는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 채택을 위한 특별 연사로 나와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고, 스포츠라는 아름답고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이날 평창올림픽 기간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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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유엔 본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정부 대표단 기자회견에서도 김연아는 단연 스타였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질문에 김연아는 북한 선수가 피겨 페어 종목 출전권을 확보한 것을 거론하며 "제 종목에서 북한 선수들이 출전권을 얻었는데, 선수 시절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북한 선수들이 꼭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길 바란다"고 했다. 개막식 성화 봉송 최종 주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대단한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이날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가 휴전 결의안을 지지해준 유엔 회원국들에 감사를 표하는 리셉션(평창 나이트)에도 참석해 각국 외교가(街)의 손님들을 맞았다. 이날 유엔 외교가는 온통 '김연아 데이'였다.

유엔은 이날 전체 193 회원국 중 미국·러시아 등 157국이 공동 발의한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표결 없는 전원 동의(콘센서스)로 채택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에 157국이 공동 발의한 것은 역대 최다"라고 했다. 직전 대회인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의 공동 발의국은 121국이었다. 올림픽 휴전 결의는 1993년 10월 유엔총회에서 처음 통과된 뒤 하계·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2년마다 유엔총회에서 채택해왔다.

결의에는 올림픽 기간 중 휴전을 포함해 선수와 임원진 등 관련 인사들의 안전한 통행과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3연속' 올림픽 대회의 시작"이라며 "스포츠와 다른 분야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새로운 파트너십 가능성을 상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듯이, 한국 정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을 보장한다"며 "평창올림픽은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창(窓)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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