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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한국인은 밥심? 샐러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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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줄인 건강식 주목받으며 식단서 주식으로 떠오른 샐러드

곡물·육류… 영양소도 골고루 갖춰

서울 내수동 골목길의 샐러드 전문점 '힐사이드테이블'. 지난 10일 점심시간 매장은 남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주문이 밀려들자 조리대에 선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채소를 담아 준비해놓은 그릇에 새우, 닭다리살, 무화과 같은 재료들을 주문에 맞춰 재빨리 채워 넣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온 신지태(37)씨는 "샐러드는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채소, 고기, 곡류까지 다양한 재료의 식감을 느낄 수 있어 요즘 자주 먹는다"며 "오후 되면 금방 배고파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포만감도 오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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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수동 ‘힐사이드테이블’에선 샐러드를 주문하면 직원이 그 자리에서 샐러드를 만들어준다. /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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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테이블에서 만년 조연이었던 샐러드가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샐러드를 밥으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샐러드 하면 '풀'을 떠올리기 쉽지만 해산물과 육류, 곡물, 두부 등을 더해 '밥 한 끼' 못지않게 든든하다. 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같은 영양소도 골고루 갖췄다. 영어에 '샐러드 런치(salad lunch·샐러드로 먹는 점심)'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해외에선 샐러드를 식사 대용으로 흔히 먹는다. '밥심'만 외치던 한국에서도 샐러드가 당당한 주식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최근 늘어나는 샐러드 전문점에선 국 대접 같은 볼(bowl)에 잎채소와 해산물, 육류, 곡물 등을 가득 채워 낸다. 가격은 8000~1만2000원 정도. 가게마다 특색도 세분화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와 맥주를 함께 먹는 '샐맥'이 콘셉트다. 이태원동 '왓어샐러드'에선 재료를 잘게 썬 샐러드를 밥처럼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소비자가 취향 따라 원하는 재료를 고르고 그에 맞게 값을 치르는 'DIY(do it yourself) 샐러드'도 있다. 정하은(27)씨는 "먹기 싫은 재료를 일일이 골라낼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며 "그날 기분에 따라 재료와 소스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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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조연이던 샐러드가 한 끼 주인공이 됐다. 서울 신촌동 ‘위샐러듀 2호점’의 해산물이 들어간 지중해식 샐러드와 수프. ‘피타’라는 빵에 샐러드를 넣어 먹는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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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요리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서울 신촌동 '위샐러듀 2호점'은 지중해식을 표방한다. 올리브유·식초가 들어간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를 '피타'라는 지중해식 빵에 끼워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하와이 음식 '포케'에서 영감을 얻은 '알로하 포케'의 샐러드에는 큼직하게 썰어 넣은 참치와 아보카도 및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다. 직장인 최보라(29)씨는 "밀가루나 맵고 짠 음식을 먹고 오후 내내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었는데, 샐러드는 더부룩하지 않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가치 소비'가 확산하면서 샐러드가 주목받는다고 분석한다. 가치 소비란 상품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지고,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는 소비 습관이다. 김인복 외식창업프랜차이즈 연구원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한 끼를 먹어도 그저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고 정보를 찾는다"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건강 식단이 주목받고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샐러드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보은 요리연구가는 "샐러드 소스는 단맛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당분이나 지방이 적은 소스를 고르는 게 좋다"며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해서 조금씩만 뿌려 먹는 것도 요령"이라고 했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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