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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한국 신생기업의 5년 이상 생존율(2015년 기준)이다. 10곳 중 7곳은 5년 이내에 셔터를 내린다는 소리다. 그만큼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 전쟁터에서 기술력을 내세우는 건 이제 능사가 아니다. 그렇게 경쟁사를 물리쳐 봤자 금세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나타날 게 뻔해서다. 그런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영자에게 이용찬 전 한국IBM 영업대표(현 캠페인 디렉터)는 정반대의 해답을 내놓는다. 부쟁不爭. 싸우지 말라는 얘긴데, 무슨 소리일까.
부쟁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30년 동안 광고업에 종사해온 저자는 「도덕경」을 접하고서야 마케팅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고향의 맛 다시다' '발효과학, 딤채' '초코파이 정' 등 대박 광고가 많았던 그가 고서古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니 흥미롭다. 그게 뭘까.
저자는 1등이나 세계최고보다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싸우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위해 그는 「도덕경」에서 발굴해낸 5가지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이명異名, 무욕無欲, 무위無爲, 허기심虛其心, 수선水善인데, 그중 '무욕'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들기에 적절하다.
'한시간 빠른 뉴스, SBS 여덟시 뉴스.' 오늘날 SBS를 있게 한 광고 문구다. SBS가 후발주자로 참여할 당시 모든 뉴스는 황금 시간대인 오후 9시에 몰려 있었다. SBS도 이 시간대에 뛰어들어 경쟁사들과 승부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SBS는 뉴스를 한시간 일찍 방송하는 것으로 경쟁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 '한시간 더 빠른 뉴스'라는 강점이 생긴 거였다. 이는 속도가 생명인 언론계에서 큰 자산이 됐고, SBS 뉴스는 '8시에 보도하는 하나 뿐인 뉴스'로 강렬하게 인식됐다. 저자는 "SBS 뉴스 성공의 핵심은 9시 뉴스를 이기려는 욕심을 버린 것에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당시 신생 항공사였던 아시아나는 저자에게 '대한항공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도록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시아나는 한국의 두번째 항공사'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의 새로운 항공사'다. 그래서 이름도 '아시아나' 아닌가." 아시아나항공은 그 후 취항을 미루고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의 새로운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였다.
더이상 소비자들은 '1등'에 목매지 않는다. '나다움'을 갖춘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도래했다는 얘기다. 싸우지 말고 '나답게 살면 될 일'이라는 노자의 가르침이 현대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제 기업은 '나다움의 전략'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박수를 칠 거다. "아! 저 기업은 다르구나!"
세 가지 스토리
「내 마음의 낯섦」
오르한 파묵 지음 | 민음사 펴냄
195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이스탄불로 수많은 이민자들이 쏟아진다. 주인공도 그중 하나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전통 터키 음료인 '보자'를 팔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주인공의 삶을 이스탄불이라는 매혹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풀어낸다. 그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ㆍ 계급ㆍ 사상ㆍ 종교의 충돌을 간직한 이스탄불을 손에 잡힐 듯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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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지음 | 김영사 펴냄
'다이아몬드 0.2g'과 '다이아몬드 1캐럿.' 차이가 느껴지는가. 보석의 무게를 재는 단위로 '캐럿'이 계속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별도의 단위를 사용함으로써 보석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수단인 단위에도 인간의 주관이 녹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는 단위를 통해 색다르게 세상을 바라보았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엄마, 나는 걸을게요」
곽현 지음 | 가지 펴냄
조금은 삶에 익숙해진 것 같았던 서른 중반. 저자는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물음표로 가득했던 날들을 뒤로 한 채, 저자는 산티아고로 길을 떠났다.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아닌 '일어서야할 이유'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기를 빌려 '이유'를 찾아 계속 걸어 나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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