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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업 범위 축소하라”… 글로벌 기업의 ‘상표권’ 몽니에 국내 中企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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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장비업체 캐터필러, 액세서리 中企 엔캣에 내용증명

캐터필러 'CAT'과 엔캣의 'NCAT'이 유사하다는 주장

"'젊은 女 제품용'으로 한정하라" 무작정 요구에 엔캣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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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앞으로 엔켓의 상표권은 ‘젊은 여성용 제품’으로만 사용하라.” 국내 액세서리 프랜차이즈 업체 엔캣은 최근 글로벌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로부터 자사의 상표권 사용을 축소하라는 황당한 내용증명을 받고 혼란에 빠졌다. 연 매출 40조원대의 글로벌 기업이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상표권 문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매출 400억원대에 불과한 국내 중소기업의 사업 범위를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캐터필러는 불도저, 굴착기 등 건설용 중장비를 생산하는 미국 대기업이고 엔캣은 ‘못된고양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머리핀,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으로 주력 업종상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 ‘상표권 방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글로벌 대기업의 횡포라는 중소기업계의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지난 9월 말 엔캣의 ‘NCAT’이라는 상표에 대한 이의 신청을 특허청에 제기하고 최근 엔캣 측에 내용증명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터필러의 상표 및 적용되는 상품군이 엔캣의 상표와 유사해 오인·혼동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CAT’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캐터필러는 엔캣의 ‘NCAT’ 상표에 ‘CAT’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캐터필러 측은 현재 엔캣의 상표권을 ‘젊은 여성용 품목’에만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NCAT’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던 엔캣은 자사의 사업 전략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캐터필러 측이 “상표권 사용범위를 축소하지 않으면 이의 신청을 계속하고 엔캣이 과거 기등록한 ‘N.CAT(표장이 다른 상표권)’ 등 상표에 대해서도 무효 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3만개 액세서리 상품을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는 엔캣은 수년 전부터 ‘맨 존(Man zone)’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용 액세서리 판매, 셀카봉, 피젯스피너 등의 잡화류를 판매하며 남성 고객층 확보에 나서왔다. 하지만 이번 캐터필러의 상표권 압박에 남성 고객층 대상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캣 관계자는 “우리 사업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상표의 외관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상표권의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캐터필러의 ‘CAT’이라는 상표와 혼동된다는 문의나 지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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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출원 상표권에는 지정 품목들이 정해져 있다. 캐터필러는 전화기, 통신기기, 가죽신, 골프화, 등산화, 핸드폰 케이스 등의 제품군을 지정한 ‘CAT’ 상표권을 꾸준히 출원·등록해왔다. 글로벌 기업의 상표권 방어 전략 중 하나다. 일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나 향후 진출 가능성이 있는 사업군에 대해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등록해놓는 것이다. 이번 엔캣을 상대로 한 이의 신청도 캐터필러 상표권에 지정된 핸드폰 케이스, 의류, 신발 등 품목이 액세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엔캣의 상표권과 밀접·유사하다고 판단해 진행된 것이다.

캐터필러 측 특허대리인인 A특허법인 관계자는 “상표권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상표권자의 의무다. 해당 기업을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캐터필러의 상표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차원”이라며 “캐터필러는 엔캣 측과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차원에서 상표권 공존을 원하고 있는데 엔캣 측이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캣 측 특허대리인인 최경수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이승욱 팀장은 “상표권은 하나의 구성일 경우 일부만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표권 심사 규정”이라면서 “‘NCAT’과 ‘CAT’은 엄연히 다르고 엔캣이 ‘CAT’이라는 일부 문구를 현실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캐터필러 측은 ‘CAT’이 유명하니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치고는 너무 광범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 큰 문제는 상표권 분쟁에 휘말린 엔캣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인 만큼 법무팀이 별도로 있지 않아 타 업무를 하는 인력을 배치, 인력 손실이 발생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특허심판원 심판까지 가게 되면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대리인 선임 비용만 수천만원을 사용해야하고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항소할 경우 추가 비용이 지출된다.

추형준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해외지원팀장은 “만일 특허심판원까지 가게 된다면 관건은 ‘NCAT’과 ‘CAT’의 상표권 허용 유사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 사례와 같이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은 많은 상품군을 지정해 수십개의 방어 상표권 전략을 짜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런 공세에 쉽게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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