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브다이렉틀리 기본소득 파일럿 주도
“정부정책·현물지원 비효율성 보완하고
후원금 91% 수급자 전달해 효용성 높아”
케냐 서부의 한 마을에서 기본소득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인도주의 단체 기브다이렉틀리의 케냐 현지 대외협력팀장 캐럴라인 테티가 지난 10월11일 현지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기본소득이 마을에 가져온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케냐/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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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소득이 지급된 날부터 오늘까지 수급자들의 삶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목격했다.”
지난 10월11일 케냐에서 만난 미국 인도주의 단체 ‘기브다이렉틀리’(GD·지디)의 현지 대외협력팀장인 캐럴라인 테티는 기본소득이 케냐 서부의 한 가난한 마을에 가져온 변화를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테티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 마을 기본소득 실험에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지켜봐왔다.
―기본소득 수급 이후 이 마을에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
“한달 2250케냐실링(22달러·2만5000원)이 그 마을에는 적은 돈이 아니다. 우리는 한번에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본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가난한 마을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하루 세끼를 먹기 힘들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에는 (하루 끼니를 벌려고) 다른 사람 농장에서 일하고 적은 돈을 벌었다. 영원히 (끼니를 위한) 노예로 남아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예를들어 에릭이라는 남성은 아내와 5살 미만 자녀 2명이 있었다. 내가 처음 마을에 갔을 때 그들은 그저 생존해 있었다. 막내는 모유수유 중이었는데, 아이들은 제대로 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잘 자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에릭과 아내가 기본소득을 받는 지금 아이들은 훨씬 건강해졌고, 많이 자랐고, 활기가 넘친다. (새 일을 찾은 데니스와 간질 치료를 시작한 던칸의 사례를 언급한 뒤) 나한테 이것은 큰 변화다. 이 세 개의 이야기는 기본소득이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의 문제이며, 작은 영향력이 정말 중요한 변화라는 걸 보여준다.”
―기본소득이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면 케냐에서도 좀 더 평균적인 마을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우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빈곤 국가의 가난 구제는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마을 성인들 중 95명만 수급자인 이유는 뭔가?
“우선 누가 그 마을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주민이 아닌데 와서 돈을 달라는 사람이 있다. 등록기간 기준으로 최소 6개월간 그 마을에 산 사람들만 등록했다. 이 마을 18살 이상 중 청년 2명만 외부에 사는 부모의 반대로 등록하지 않았다. 15~17살 청소년이 있는데 18살이 되면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 지금은 95명이 받지만 2019년에는 121명으로 늘어난다.”
―케냐 정부도 기본소득 실험에 관심이 많은가?
“케냐 정부는 노인과 고아를 위한 사회보조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금 이체 방식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느낀다. 다만 아직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주면 좋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한테 기본소득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가 엄격하게 조사된 데이터를 가지고 (정부를 설득할) 테이블에 앉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의료보험 등 공공서비스에 투자하는데, 기본소득은 공공서비스를 강하게 보완해줄 수 있다.
기본소득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현금 이체가 매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쉽다는 증거는 많다. 지디를 통해 100달러를 후원하면 91달러가 마을 사람한테 간다. 반면 현물 지원 효용성은 매우 낮다. 후원금의 40~50% 정도만 주민들한테 가고 나머지는 관리 비용이다. 수혜자한테 가는 부분도 질이 낮다. 배가 고픈데 현물은 먹을 수 없다. 현금 이체는 수급자들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삶에 권한을 부여한다.” 케냐/글·사진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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