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고무줄 금리' 원인은 불투명한 금리체계
"은행의 과도한 가산금리 책정
금융당국 모니터링 더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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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고무줄 금리’라는 비판을 받는 건 은행들이 적용하는 대출금리체계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통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종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매달 고시하는 코픽스(COF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코픽스는 금융채 금리에 연동되며 공식적으로 고시되는 만큼 각 은행들로선 차별화하기 어렵다.
은행들은 대신 자체 경영 목표, 업무 원가, 위험 수준, 가감조정금리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한다. 즉 비슷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도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정한 목표이익률 등에 따라 대출채권에서 남길 이익을 다르게 정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우대금리는 주거래 은행 여부, 급여이체, 거래 실적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결국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다. 이중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 가산금리다. 통상 은행 수익성의 근간이 되는 예대마진을 어느 수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가산금리 폭을 책정한다.
◇금리 인상기 예대마진 폭 커진다…‘고무줄 금리’ 논란
문제는 가산금리 등락폭이 심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A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5년 고정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연 3.30%(신용 1∼2등급 기준)으로 전달 3.27%에 비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기준금리는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07%포인트 올린 결과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0.02~0.07%포인트 일제히 하락했으나, 가산금리는 0.03~0.07%포인트 끌어올렸다.
신용대출에서도 가산금리는 꾸준히 상승세다. 최근 5년간 은행권 신용대출에서 기준금리는 저금리 기조 속에 전반적으로 하락세였지만 가산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국내은행 일반신용대출 금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16개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기준 대출금리는 평균 연 4.79%로 지난 2013년과 비교해 1.02%포인트 하락했다. 이중 기준금리는 1.5%로 5년 전에 비해 1.35%포인트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가산금리는 0.33%포인트 올랐다.
박 의원은 “시장의 변화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산정된 가산금리로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 재기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시장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최근 은행권 전반적으로 비용절감 기조가 지속된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가산금리 수준은 비용측면으로는 설명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가산금리에 대한 독점력으로 시장금리 상승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동일하게 오르지 않고 예대마진 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3년 이하 대출엔 변동금리…“우대금리·금리인하요구권 챙겨야”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데다 대출금리가 급등락하면서 대출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본인의 상환능력 등에 따라 변동금리나 고정금리를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 변동금리가 고정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만기 3년 이하의 단기로 빌릴 예정이라면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9월 취급 평균금리는 고정금리 방식이 연 3.32%이었던 반면 변동금리는 연 2.96%다.
아울러 대출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고, 3년 이내라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변경할 때 한차례에 한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전환할 수 있어 금리 변동 추이를 살피며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나는 것도 방법이다. 반면 미래 소득창출능력 등을 감안, 중도 상환 가능성이 낮다면 아예 처음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우대금리와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대금리는 주거래은행 여부나 급여이체, 신용카드 사용 실적 등에 따라 적용받을 수 있으며, 대출자의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크게 개선됐을 때에는 은행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며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아직까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낮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이 없는 한 변동금리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재정상황에 따라 은행마다 다른 중도상환수수료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대출한도 등이 달라지는 부분은 있으니 신규 대출자들은 2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다시 상담을 받아 새롭게 적용되는 규제에 따른 상황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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