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 사칭 "집안 족보 나왔으니 구입해달라" 전화
서울 유명 대학교 동창회 명부 보고 무작위 텔레마케팅
2만여 명에게 종친회와 무관한 족보 44억원 어치 팔아
유씨 일당이 각 성씨 종친회를 사칭해 판매한 '대동보감' 등 족보. [사진 서울혜화경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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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61)씨가 자신의 회사 텔레마케터 직원들에게 외우게 한 문구다. 그는 서울 종로구 등에서 지난 2014년 9월부터 ‘종사편찬위원회’ ‘한국문중역사편찬회’ 등의 회사를 운영했다. 서울 본사뿐 아니라 경기 지역에도 사무실을 두고 2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했다.
이들의 목적은 족보 판매였다. 지난 9월까지 ‘종친회’를 사칭해 ‘대동보감’, ‘종사보감’ 등 족보책을 판매했다. 대동보감 등은 특정 성씨에 관한 중요한 일이나 출신 인물 등을 수록한 일종의 족보 책자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 등은 서울 유명 대학교 동창회 명부와 종친회 명부 등을 구매했다. 입수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텔레마케터들에게 각 성씨의 종친회를 사칭하는 전화를 걸게 했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에게 “새로 발간한 문중 대동보감을 보내드리니 10만원에서 20만원을 보내달라”고 속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출판업자 박모(58)씨와 함께 출처 불명의 서적이나 문헌 등을 짜깁기해 족보 책자를 만들었다.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 엉터리 족보였다.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에게 3권짜리 책과 입금계좌를 동봉해 택배로 보낸 뒤 책값을 요구했다.
71개의 종친회를 사칭한 유씨 일당은 최근까지 2만5000회에 걸쳐 44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속아 책을 산 피해자는 2만여 명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주로 70대와 80대였다. 문중 사업이나 종친회 사업을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변호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주요 범행 대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돈이 종친회 발전기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대부분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유씨와 공범 박모(65)씨를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직원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비슷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수사 및 단속을 할 계획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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