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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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한국 금융산업은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세계 74위로 평가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금융산업의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6.5%에서 최근 5%로 하락하고 금융산업 취업자가 전산업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3.5%에서 3%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인 2013년 금융위원회가 금융의 부가가치 비중을 10년 내 1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10-10’ 정책이 무색할 지경으로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이 이처럼 낙후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주인 없는 은행 경영진의 심각한 대리인 문제 △낙하산 인사와 취약한 지배구조 △독립성 없이 관치금융의 토대가 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금융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 △금융 IT융합 저해하는 규제 등이 주요 원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은행들은 주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17개 은행 중 외국계은행 2개와 대구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이 정부나 정부유관기관이 대주주다. 흔히 한국에서는 왜 금융의 삼성전자나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나오지 않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과 금융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조업은 주인이 있는 반면 금융업, 특히 은행에는 주인이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두고는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는 요원하다. 주인 없는 은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60~70년대 자본시장 발달이 안 된 시기에 대기업들이 은행자금을 주로 이용할 때 은행의 대기업 사금고화 우려로 주장되었던 금산분리 정책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은 자본시장이 발달되어 대기업들은 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은행의 대기업 사금고 우려가 적고 더욱이 핀테크시대에는 테크핀이라고 할 정도로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들이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금산융합시대다. 지난 번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해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알리바바그룹이 금융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해 은행·증권·보험·카드는 물론 신용분석까지 포괄하는 문어발식 금융그룹을 형성해 금산융합으로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약진하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이 선진 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와 주인 찾아주기 △낙하산 인사 청산과 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규제 혁파로 금융혁신 도모 △금융·IT 융합 관련 규제 개혁 등의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올해 들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등 벤처스타트업들에게 자금을 제공할 모험금융투자자들과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수합병시장, 코넥스, 코스닥 등 모험금융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금융도 빅뱅을 거듭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빅뱅을 가져오고 있는 7대 핵심기술은 △모바일 △비대면인증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화폐다. 모바일과 비대면 인증기술의 발달이 시공간 제약 없는 모바일금융 시대를 열고 있고 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이 새로운 신용분석으로 금융의 본질적인 문제인 정보비대칭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완화시켜주고 있다. 블록체인이 해킹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신보안시대를 열고 있고 가상화폐가 벤처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신화폐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대 중요한 것은 금산분리 완화, 사전허가 사후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 혁파다. 금융산업에 대해 구시대의 규제가 지속되면 세계 74위 정도가 아니라 글로벌 네크워크로 연결돼 있는 새로운 금융에서는 한국 금융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공개도 규제부터 하면 한국에서는 가상화폐와 이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반 벤처스타트업의 발달은 요원하게 되어 블록체인 기반 4차 산업혁명이 한국에서는 고사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성급한 규제나 금지보다는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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