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9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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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8명의 제빵기사들을 전원 직접고용할 것. 미이행시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과태료가 부과됨." 지난 9월28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주식회사 파리크라상)에 통보한 '시정지시'의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조치는 '시정지시'라는 용어보다 '시정명령'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그런데 왜 고용부는 굳이 '명령' 대신 '지시'라는 용어를 썼을까.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단어를 선택한 자체가 고용부의 '꼼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행정청의 조치가 '처분'인지 아닌지에 따라 후속조치가 굉장히 달라진다"며 "고용부를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들은 자기들이 내리는 조치들이 '처분'이 아니라고 해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처분성'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은 조치를 받은 당사자의 '불복소송' 제기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행정청의 조치가 '처분'일 경우 이는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의 집행'이며 '공권력의 행사'로 간주된다. 행정청의 '처분'은 항고소송(불복소송)의 대상이다.
반면 행정청의 조치가 단순한 '지시(지도)'나 '권고'로 해석될 경우 '잘못된 상태를 바로잡기 위한 기회를 상대방에게 부여한 것'으로 간주될 뿐이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파리바게뜨에 대한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어떻게 해석이 될까. A변호사는 "고용부의 통보는 직접고용 지시 외에도 이행시기와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의 큰 불이익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지도·권고와 달리 미이행시 불이익이 명시된 이번 통보는 '처분성'이 인정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해야 할 인원(5378명)은 파리바게뜨 전체 임직원(약 5200명)보다 많다. 회사 임직원 수를 2배 이상 늘리라는 얘기다. 이를 이행하는 데 허용한 기간은 단 25일이다. 미이행시 과태료는 제빵사 1명당 1000만원씩 537억여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파리바게뜨가 거둔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 665억원의 80%에 이른다.
대한변협(협회장 김현)는 이같은 고용부의 조치에 대해 "무려 5378명에 달하는 제빵기사의 근무에 관한 사항이 25일이라는 단기간 내에 시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고용부가 보다 탄력적 조치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 통보에 불복해 지난 9월의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동시에 파리바게뜨는 해당 시정지시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려면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야 하고 △집행을 정지한 후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등 요건을 맞춰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일 파리바게뜨에 대한 고용부 조치의 효력을 오는 29일까지 잠정적으로 정지시켰다. 행정법원은 22일 심문기일을 열어 양측의 입장을 듣고 지난 9월 처분의 효력을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정지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단은 파리바게뜨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가처분 신청 인용이 곧 파리바게뜨의 본안소송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라고 해서 반드시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고용부의 통보가 위법한지 여부는 법정에서 따로 다퉈야 한다. 일단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본안에서 파리바게뜨가 최종 패소한다더라도 5378명의 직접고용이 성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편 파리바게뜨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은 그간 행정청 편의만 우선시 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계기라는 평가도 있다. A변호사는 "행정부의 조치가 사용자에게 큰 피해 없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시정지시가 위법상태를 바로잡는 적정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파리바게뜨 케이스처럼 장기간이 소요되거나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시정지시를 통해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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