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ㆍ2030세대의 관심 증가
연초보다 예금 잔액 20%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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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사는 김모(55)씨는 지난 7일 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점을 찍자 이튿날 은행 지점을 찾아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 어치를 샀다. 김씨는 “사업 때문에 달러 쓸 일이 많아 달러 값을 늘 주시하고 있는데,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강모(30)씨도 최근 모바일 환전을 통해 800달러(약 89만원)를 매입했다. 강씨는 “매년 해외여행을 가고 있어 달러화 가격이 내릴 때마다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며 자산가와 20ㆍ30대의 달러화 보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올해 초 1,200원도 넘었던 달러 값이 최근 1,100원선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쌀 때 사두자”는 심리가 확산되며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올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7일 1,111.9원까지 떨어져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는 1,117.1원으로 다소 상승했지만 이 역시 올해 초(1,208.0원)와 비교하면 9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KB국민ㆍ신한ㆍ우리 등 3개 은행의 지난달 말 달러화 예금 잔액은 224억달러(약 25조원)까지 치솟았다. 1월(186억달러)보다 20%나 늘어난 규모다. 달러 값이 충분히 싸졌다는 판단과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싸면 보통 유학생이나 기업들이 미리 사 두는 경향이 있다“며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환율이 낮을 때 달러화 보유 비중을 늘리려는 부자들의 상담과 방문도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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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진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3분기엔 1.4%의 깜짝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까지 나왔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이 3조3,000억원에 달한 것도 원화 수요를 불렀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 완화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달 말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열릴 예정이라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화 강세 속도가 과도해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선 만큼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없잖다.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 PB센터팀장은 “장기적으로 향후 달러 상승에 대비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달러화는 안전자산인 만큼 항상 현금의 10~20%는 달러로 분산 보유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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