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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1초에 수천 번 팩스? 산업기능요원 재배정 ‘편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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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중인 대학생 개발자 뺏길라

스타트업 업체들 ‘매크로’ 동원

병무청 “내년부터 팩스 안 받아”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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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진행된 산업기능요원(중소기업 근무로 군복무 대체) 재배정을 놓고 1초에 수천번 팩스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배정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잡음이 무성하다. 병무청 팩스 1대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선착순 접수를 받는 방식(본보 9일자 10면)이라,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12일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20여개 스타트업이 모인 한 단체 카톡방에서 ‘매크로’를 사용해 접수에 성공했다는 업체들이 여럿 있었음을 확인했다”라며 “불법적인 방식으로 공정한 절차가 확보되지 못했다면 이번 재배정 결과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크로는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해야 할 동작의 순서를 미리 설정하면 한 번의 입력만으로 1초에 수천번 이상 자동 실행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수강신청이나 유명 공연티켓 예매 등에 편법적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 정원 43명에 대한 재배정을 진행했고, 개발자가 귀한 스타트업들은 재직 중인 대학생 개발자들을 위해 전 임직원이 여러 팩스기 앞에서 접수를 시도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일부 업체의 대학생 개발자들은 접수에 실패한 직후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개별 기업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매크로 이용의 불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매크로를 통해 한 개의 팩스 발신번호로 단시간 내 서류를 여러 번 보낸 것이 아니라, 허위로 임의의 발신번호를 여러 개 만들어 접수 했다면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2항(전화번호의 거짓표시 금지 및 이용자 보호)에 위반된다.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온라인 팩스업체 관계자 B씨는 “하나의 번호로 짧은 시간 내 여러 개를 보내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팩스기에서 보낸 것처럼 임의 번호를 만들어 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병무청이 팩스 회신을 담당하는 KT 측에 의뢰해 접수에 성공한 발신 번호가 실제 번호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B씨는 현재 서울병무청 측에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아직 확인이 어렵다”라며 “내년부터는 팩스 신청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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