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자인데…" 은행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정작 '표'를 행사할 은행장들은 산적한 내부 현안 때문에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15일 이사회 간담회를 갖고 이사들인 은행장들로부터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받을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한국씨티·SC제일·KDB산업·IBK기업·BNK부산은행 등 은행장 10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 은행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대참이 불가능하다. 우선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 행장은 금융권 산별교섭 대표자지만 지난 1일 첫 회의에도 다른 사람을 내보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참석이 불투명하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또 다음 이사회부터는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가 참석해야 하는 것도 불참을 예상하는 이유로 꼽힌다. 허 내정자는 21일 국민은행장으로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내부 갈등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함 행장이 은행법을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제재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KEB하나은행은 노사간 갈등이 심하다.
신한은행은 심각한 내부 문제는 없지만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거론되면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내부 문제가 심각하지 않더라도 11월은 내년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해 바쁘기 때문에 은행장이 시간을 내기 어렵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13일 내년 경영전략을 위한 전임원 워크숍이 예정돼 있고 이후 계열사별로 내년 경영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게다가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연합회장이 누가 되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은행연합회장이 누가 되든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은행들 역시 은행연합회에 바라는 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은행장들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차기 은행연합회장보다는 제 앞가림이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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