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은 검찰, 감사원을 총동원한다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담았다. 여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언급한 내용을 무슨 무슨 의혹이라 포장하고 '부처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 '책임자 처벌'이란 조치 사항을 덧붙였다. 2014년 한·미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2016년 개성공단 폐쇄 같은 외교·안보상의 결정도 적폐로 몰아 진상 조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하겠다고 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그렇게 나왔을 때 한·미, 한·일 관계, 대북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연 알고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감사원이 세 번 감사하고도 비리를 못 찾고 이 정부에서 네 번째 감사가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은 또다시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올랐다. 별건 수사로 대상자가 자살까지 했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또 점검하겠다고 한다. 지금 하는 수사도 힘에 부친다는 검찰은 앞으로도 정권이 던져주는 적폐 수사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간 정치권에선 '적폐 청산'의 소용돌이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몰아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이번 문건을 보니 빈말이 아니다. 문건 속 여당이 제기한 의혹에는 부산시장·인천시장의 실명이 등장한다. 인천시장 관련 의혹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내용도 막연한 '설비 비리 적폐'를 지역 방송사와 손잡고 계속 제기하는 걸로 돼 있다. 이걸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적폐 청산 바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모일 것이다. 이미 여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시키자는 친노 지지층을 부추기는 상황에까지 왔다. 나라에 대립과 갈등의 쇳소리만 점점 커지게 될 게 뻔하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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