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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설]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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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적폐 현황' 문건에는 별별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전 분야에 걸쳐 73건을 적폐로 규정했는데, 처음 보는 생소한 의혹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을 겨냥했고, 거기 관여했던 여러 인사를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검찰이 하청(下請)받아 진행 중인 '적폐 청산' 수사에 덧붙여 그 문건 내용까지 현실화한다면 나라가 온통 이 소동으로 지새울 수준이다.

문건은 검찰, 감사원을 총동원한다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담았다. 여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언급한 내용을 무슨 무슨 의혹이라 포장하고 '부처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 '책임자 처벌'이란 조치 사항을 덧붙였다. 2014년 한·미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2016년 개성공단 폐쇄 같은 외교·안보상의 결정도 적폐로 몰아 진상 조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하겠다고 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그렇게 나왔을 때 한·미, 한·일 관계, 대북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연 알고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감사원이 세 번 감사하고도 비리를 못 찾고 이 정부에서 네 번째 감사가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은 또다시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올랐다. 별건 수사로 대상자가 자살까지 했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또 점검하겠다고 한다. 지금 하는 수사도 힘에 부친다는 검찰은 앞으로도 정권이 던져주는 적폐 수사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간 정치권에선 '적폐 청산'의 소용돌이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몰아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이번 문건을 보니 빈말이 아니다. 문건 속 여당이 제기한 의혹에는 부산시장·인천시장의 실명이 등장한다. 인천시장 관련 의혹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내용도 막연한 '설비 비리 적폐'를 지역 방송사와 손잡고 계속 제기하는 걸로 돼 있다. 이걸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적폐 청산 바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모일 것이다. 이미 여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시키자는 친노 지지층을 부추기는 상황에까지 왔다. 나라에 대립과 갈등의 쇳소리만 점점 커지게 될 게 뻔하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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