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1일 광군제는 원래 독신자의 날이었다. 1993년 중국 대학 기숙사에서 애인 없는 남학생들이 외로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다는 얘기가 있다. 군(棍)은 몽둥이, 막대기라는 뜻이다. 1이라는 숫자를 표현한 것이다. 광(光)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빛나는 막대기라고 하면 오역(誤譯)이다. 오직이나 홀로라는 뜻이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2009년 아이디어를 냈다. 외로운 솔로들이 클릭으로 쇼핑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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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는 마윈 회장의 날이다. 그래도 올해는 좀 심했다. 태극권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광군제에 맞춰 개봉한 단편 무술 영화 '공수도(攻守道)'에서 주연에, 주제가까지 불렀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이 영화배우였다고 한다. 영화 주제가 제목이 '펑칭양(風淸揚)'이다. 중국 무협 소설 작가 진융(金庸)의 소설에 등장하는 무림 고수 이름이다. 마윈 회장이 회사에서 별칭으로 쓸 정도로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올해 광군제에서도 각종 신기록이 쏟아졌다. 1억위안(168억원) 매출을 올린 브랜드가 167개에 이르고, 10억위안을 넘어선 브랜드도 6개나 된다. 나이키는 1억위안어치 물건을 파는 데 60초도 안 걸렸다. 중국은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에 그쳐 미국(70%)에 크게 뒤진다.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하는 중국 경제에 광군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만하다.
▶올해 광군제에서 한국은 톈마오 거래 기준 수입 상품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호주와 독일에 추월당했다. 사드 보복 여파다. 한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시장과 멀어지면 안 되는 처지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휘고 굽는 나라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경계가 필요하다.
[이진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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