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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발언대] 아동학대 신고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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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 본부장


최근 굿네이버스에서 성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신고 전화번호 인지도를 조사했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49%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엉뚱한 번호로 알고 있거나 아예 알지 못했다. 답은 112. 범죄신고 전화번호 112와 같다. 아동학대가 범죄임을 아직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6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만9669건으로, 5년 전의 1만146건에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사건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과거에는 '훈육'으로 치부됐던 아동학대를 사회가 비로소 범죄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신고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신고를 통해 학대받는 아이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발견조차 되지 않은 학대 피해 아동이 너무 많다. 지난해 전국 아동 9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아동권리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동 1000명당 275명이 신체 학대, 정서 학대, 방임 등 16개 학대 지표 중 한 가지 이상을 월 1회 이상 지속적으로 겪었다고 응답했다. 한편 '2015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가 발표한 우리나라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은 1000명당 1.32명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000명당 200명이 넘는 학대받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피해 아동을 발견할 수 없다면 도울 수도 없다. 발견하려면 모두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주변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학대가 의심되면 지체없이 신고하자.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으로 〈100만 '아동학대 국민감시단'을 찾습니다〉를 실시한다. 아동학대가 없는 나라를 꿈꾸며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학대 상황을 감시하고 신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신고는 급증하는데 아동보호 인프라는 제자리에 있다.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발견·보호·치료와 예방 사업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 예산은 각종 벌금으로 조성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편성되므로 재정 확대가 어렵다.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한다.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우선 '신고번호 112'부터 기억하고, 보호와 예방을 위해 모두가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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