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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軍 정치댓글 개입했나 묻자, MB "상식 벗어난 질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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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정치보복" 반격에도… 검찰 주변선 '연내 소환' 분위기]

김관진 前국방장관 구속 수감, '정치댓글 수사' MB 턱밑까지…

- 법조계 "MB 소환 만만치 않다"

"軍 사이버사 대북 심리전 위한 군무원 증편 자체는 문제 안될듯

MB가 정치 개입 지시한 게 나오지 않는 한 혐의입증 어려워"

검찰은 '군(軍)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공작' 사건으로 지난 11일 구속 수감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13일 소환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 전 대통령이 올해 안에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때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 공작을 지시해 군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이버사 군무원 79명을 추가 채용하면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인 정치 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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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2013년 처음 의혹이 불거져 군 검찰이 한 차례 수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1만2844회에 걸쳐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과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등이 기소됐다.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전 단장의 판결문엔 심리전단이 대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는 정말 목숨 걸고 해야 하나 보다. 종북이 눈앞에 보였어. 문재인 민주당의 가치가 통진당과 같은데', '인간 안철수는 좋아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반대한다' 등의 댓글을 단 것으로 나온다. 당시 군 검찰 수사는 김 전 장관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끝났다. 관련자들이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국방부는 '댓글 공작 재조사TF'를 꾸려 이 사건을 재조사했다. 국방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으로부터 '김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이번에 김 전 장관을 구속시킨 것이다.

조선일보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윗선'이자 이 사건 정점(頂點)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2012년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10일 국방부가 작성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댓글 공작을 위한)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이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적혀 있고, 김 전 장관의 서명이 있다.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증편된 사이버사 군무원들이 정치 댓글을 달아 군 형법을 위반했고, 그 중심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12일 바레인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에 개입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며 "그것은 상식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이동관 전 홍보수석도 "(이 전 대통령이)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며 "세상에 어떤 정부가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겠냐.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입장 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검찰은 군 정치댓글 관련 혐의 외에 국정원 댓글 등 다른 혐의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관련 혐의로 소환하거나 기소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여서 대북 심리전을 위한 군무원 증강 지시를 한 것만으로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이 전 대통령이 '누구를 뽑지 마라'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라' 등 구체적으로 지시한 게 나오지 않는 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7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 국군 사이버사가 있고, 그들은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그는 "정치 관련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군무원 채용에서 특정 지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단지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을 뽑으라'는 정도의 지시만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담당자들로부터 대북 사이버전 군무원 증강이 필요하다는 관련 보고가 올라오니까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한 정도이지 정치 댓글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또 사이버사 군무원이면 '신원 검증이 된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장관이 그 지역 출신인데 그 쪽 사람을 뽑지 말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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