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43분 중 상당 시간 사드 얘기… 사드 보복 문제는 언급 안된 듯
靑 "사드 문제는 거론 안될 것" 회담 직전까지도 낙관했지만…
시진핑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태도로 정책 결정해야"
文대통령 "중국의 우려 중시… 사드는 중국 겨냥한 것 아니다, 양국 노력해 교류 조속 회복을"
◇시진핑, '역사적 책임'까지 거론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에 반대하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역사 앞의 책임(對歷史負責)'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이 외교부 홈페이지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시 주석은 "현재 중·한 관계는 관건적 시기에 있다. 양측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지켜야 한다"면서 사드 문제를 꺼냈다. 시 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히며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 양측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며, 양국 인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로 역사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쪽으로 서시죠” -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를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며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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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소위 '3불(三不)' 입장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역사 앞의 책임'까지 거론한 것은 사드와 관련해 한국이 앞으로도 '중국의 우려를 살 만한 정책'을 채택해서는 안 되며, 한국의 정책에 따라 다시 한·중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상호 신뢰(互信)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용은 양쪽 발표에 모두 없었다. 중국 측은 문 대통령이 "한·중 양측이 함께 노력해, 양국 고위급 왕래와 각 영역에서의 교류 협력을 조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靑, '연내 방중·평창 초청' 강조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는 지난달 31일 사드 합의 발표 직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합의 발표 당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이 선에서 끝난다"고 했고,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사드) 봉인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상회담에서 다시 사드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드 보복도 점차 풀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당시부터 한국의 합의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 측이 '한국은 미국 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3국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며,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현재 한국에 배치된 사드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유의한다"며 "한국이 '언행일치'해서 상술한 태도를 실제 이행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온도 차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가장 먼저 문 대통령이 12월 방중하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했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시 주석이 방한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주요 소식'에는 문 대통령의 방중이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이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이번 달 방중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다음 단계의 양국 관계 발전을 계속 강화하는 마스터 플랜(總體規劃)을 만들어야 하고, 글로벌·역내 문제에 있어서 양측의 협력 확대에 대해 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이 전면적 관계 회복 전에 역내 질서 등과 관련된 새로운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회담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중국 측의 요청에 따라 시 주석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열렸다. 중국 측이 두 번 연속 자국 정상의 숙소에서 회담을 열자고 요구한 것은 상호주의에 따른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제3의 장소' 물색에 나섰으나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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