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최대 명성교회 담임목사에 김삼환 목사 아들 부임

어제 명성교회에서 위임 예식… 김하나 목사, 이전 교회 사임

"결정에 대한 책임 다 지겠다" 14일 장신대서 세습 반대 기도회

교인 10만명에 이르는 장로교(예장 통합) 최대 규모 교회인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 김삼환(72·사진)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44) 목사가 부임했다. 명성교회는 12일 오후 7시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을 열었다. 이날 오전 김하나 목사는 지난 3년간 담임해온 경기도 하남 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80년 서울 명일동에서 명성교회를 창립한 김삼환 목사는 예장 통합의 교단 총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냈다. 이 교회가 최근 교계와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김삼환 목사가 지난 2015년 말 후임자 없이 정년(70세) 퇴임하면서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한다는 소문이 교계에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삼환 목사는 이를 부인해왔다. 김 목사는 지난 2016년 1월 본지 인터뷰에서 "아들을 청빙 후보에서 빼달라고 했다"며 "(아들 문제로) 제가 상처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적 있다.

◇"죄송, 죄송"

12일 오전 새노래명성교회 주일 예배. 2014년 명성교회 지원으로 문을 연 이 교회는 현재 출석 교인 2000명에 이른다. 김하나 목사는 이날 "죄송하다"는 말만 열 번 넘게 했다. 그는 설교에서 "저로 인해 마음 상하고 실망한 성도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예배 후 '사임 인사' 때에는 특히 "그동안 밖에서, 미디어에서 하는 지적이 일리 있고, 맞는 말이었다. 안타깝고 유감이지만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제가 지겠다"고 했다.

◇급물살 탄 승계 작업

명성교회 담임목사 승계는 올가을 들어 급물살을 탔다. 김삼환 목사 은퇴 무렵 꾸려진 청빙위원회가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3월 명성교회는 공동의회를 열어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 '김하나 목사 청빙' 두 가지 안건을 투표에 부쳐 각각 70%가 넘는 찬성을 받았다. 그러나 김하나 목사는 새노래명성교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알렸고, 절차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10월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장로교 지역 조직인 서울동남노회에 제출했고, 10월 24일 통과됐다. 그리고 3주 만에 담임목사 취임까지 진행됐다.

◇세습 금지는 위헌?

문제는 교단 내의 법(法). 2013년 예장 통합 교단은 총회에서 '교회 세습 금지'를 1033명 참석자 중 84%의 찬성으로 결의했고, 교단 헌법도 개정했다.

이 조항에 대해 지난 9월 서울북노회 소속 한 목사가 교단 헌법위원회에 '위헌 청원'을 제출했다. "목사 청빙은 성도(신도)들의 권리"라며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이 청원은 9월 말 예장 통합 102회 총회에서 받아들여졌으나 아직 교단 헌법이 바뀌지는 않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등 개신교 단체들은 "현행 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는 것은 위법"이라며 김하나 목사 청빙을 반대해왔다. 지난 10월 24일 노회에서도 이 조항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그 결과 반대 인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통과됐고, 반대 인사들은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교단 재판국에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명성교회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회 한 장로는 개신교 인터넷 매체 기고문을 통해 "교회는 공식적인 과정과 여러 측면에서 엄정한 검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김하나 목사를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도 "2013년 제정된 세습방지법은 전대미문의 악법"이라며 "이 조항은 2017년 예장 통합 헌법위원회 해석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여진(餘震)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세반연은 14일 오후 장신대에서 김동호 목사(세반연 공동 대표)의 설교로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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