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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LG전자 상담사 가족 ‘통화연결음’… 민원 고객 마음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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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엄마 아빠가…” “소중한 우리 딸이…”

LG전자 ‘감성 두드림’ 녹음 현장

동아일보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녹음실에서 LG전자 고객서비스(CS)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원과 자녀들이 ‘감성 두드림 연결음’을 녹음하고 있다. LG전자 CS센터에 전화를 하면 “소중한 저의 가족이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등 상담원과 자녀들이 직접 녹음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아빠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녹음실. 한 어린이가 이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연습했다. LG전자 고객서비스(CS)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사의 아들 정경석(가명·8) 군이다. “‘열심히’에 강세를 넣어서 다시 읽어볼까?” 유리창 너머 감독의 지시에 정 군은 한층 씩씩한 톤으로 문장을 다시 읽었다.

녹음실 밖에서는 스마트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철부지 초등학생이었다. 2시간 넘게 이어지는 녹음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제 목소리가 나가면 엄마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대요. 힘들지 않고 재밌어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LG전자는 이달 1일 CS센터 통화연결음으로 상담사와 상담사 자녀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감성 두드림 연결음’을 도입했다. “고객님의 따뜻한 한마디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연결해드릴 상담사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같은 문장을 상담사와 자녀들이 직접 녹음한다. LG전자 CS센터에 고객이 전화를 하면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 상담사와 실제 가족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상담사는 하루에 많게는 200여 통의 상담전화를 하면서도 늘 밝은 목소리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직 중 하나다. 반말이나 성희롱 같은 언어폭력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같은 사람으로부터 하루 평균 5시간씩 욕설을 듣다가 상담원이 기절을 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상담원도 누군가의 부모, 배우자, 그리고 자녀임을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통화연결음을 도입했다. LG유플러스가 9월 ‘마음연결음’이란 이름으로 LG 계열사 중 처음으로 도입했고, LG전자도 도입 취지에 동감해 뒤따라 도입했다.

이날 박은실 씨(40)와 정춘희 씨(42), 최정수 씨(35) 등 여성 상담원 세 명과 LG전자 CS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의 자녀인 정 군과 조민지(가명·8) 양이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녹음실을 찾았다. 박 씨는 20분이 넘는 녹음시간 내내 보조개가 깊게 패도록 환히 웃는 모습으로 문장을 읽었다. 박 씨는 “표정이 밝아야 목소리에도 더 좋은 기운이 들어갈 것 같아서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녹음했다”고 말했다.

상담사와 자녀, 배우자, 부모님의 목소리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전화를 건 고객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LG전자에 앞서 9월 말 통화연결음을 도입한 LG유플러스가 상담원 258명에게 설문을 진행한 결과 64%가 ‘마음연결음 시행 후 호의적인 고객이 늘었다’고 답했다. ‘통화연결음의 목소리가 정말 상담사분의 가족이냐’는 질문을 하며 호기심을 보이는 고객도 많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CS센터는 통화연결음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문장의 조사 하나, 단어 하나를 정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호재 LG전자 CS센터 책임은 “상담원 배우자나 연인이 녹음을 할 경우 싱글인 고객이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할 정도로 세심하게 문장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연결음 도입 이후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는 유은비 씨(19)를 서울 강남구 LG유플러스 CS센터를 찾아가 만났다. 유 씨의 아버지 유진호 씨(53)는 한 달 전 LG유플러스 CS센터에서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뗀 딸 유 씨를 위해 마음연결음을 녹음했다. “귀하고 소중한 우리 딸이 상담해 드릴 예정입니다”라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유진호 씨다.

유 씨는 앳된 목소리 탓에 ‘학교는 나왔나, 윗사람 바꾸라’란 ‘막말’을 들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유 씨는 “화를 내다가도 ‘상담사분 잘못이 아닌 건 알아요. 하루에도 이런 불평 많이 들을 텐데 미안해요’라는 고객들의 말을 들을 때 마음이 뭉클하다. 통화연결음을 통해 상담원도 로봇이 아닌 사람임을 알아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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