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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취재일기] 광군제 대박, 사드 사태는 지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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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영선 산업부 기자


행간마다 안도와 환호가 절로 읽혔다.

12일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이 일제히 낸 중국 광군제(독신자의 날) 실적 자료를 보면 그렇다. 온라인 쇼핑몰 기획 쇼핑 행사에서 하루 28조원을 너끈히 지출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진 나라. 그런 ‘무시무시한’ 이웃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빚어진 갈등을 해소해 천만다행이라는 기쁨이 여기저기 읽혔다.

정말 다행이긴 하다. 한류를 타고 승승장구하다 난데없이 된서리를 맞은 기업은 더욱 반색할 수밖에 없다. 재화보다 감성을 팔고 사는 패션이나 화장품, 관광 관련 기업에 사드 사태는 치명타를 안겼다.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 보였던 중국이 기업의 명운을 뒤집을 덫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차였다. 광군제 호실적은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기업의 환호에 앞서 시장도 반색했다. 한·중 정상회담 소식에 주요 소비재 기업의 시가총액은 일제히 상승했다. 추락하던 관광업계는 중국인 여행객의 귀환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제 끝난 것일까. 정말 불행 끝 행복 시작을 기대해도 될까.

중앙일보

[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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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갈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으로나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분쟁은 다른 국가들과의 분쟁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게임의 규칙, 때론 위태로웠을지언정 문명화된 국제 사회가 애써 지켜 온 일련의 규칙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통감했다. 제2의 사드 갈등이 빚어졌을 때 한국은, 한국 기업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업들은 이번 갈등을 ‘탈중국’ 해법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기업들은 시장 다변화를 해법의 뼈대로 놓고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젠 중국에 모든 것을 걸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또 하나의 대안이라면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1994년 중국 상하이 지사를 낸 이랜드는 수십 년간 조금씩 중국 사업을 키워 왔다. 현재 이 업체의 패션 부문 매출의 절반은 중국에서 발생한다.

중국이 이랜드를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신뢰를 쌓아 왔다. 덕분에 사드 갈등 여파도 피해 갔다.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하루 장사가 아닌 장기전이라는 교훈이 남는다. 지금은 지나치게 기뻐할 때도, 지나치게 절망할 때도 아니다.

전영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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