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 유휴자원 활용해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 생산
탈세, 기존 직업 붕괴등 우려에도
재산권 활용 촉진, 거래비용 줄여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소장 |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소개했다. 사전적 정의는 ‘한 번 생산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쉽게 말해 특정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사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소비 행태다.
자동차를 소유하면, 자신의 차로 먼 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멀리 이동하면 할수록 자동차의 가치와 효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1980~2000년에 태어난 젊은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하면 직접 이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당장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해당 자동차가 있어야 하는 다른 사람이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게(카 셰어링) 하거나 해당 자동차의 탑승을 공유(라이드 셰어링)하는 식이다.
이런 공유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놀고 있는 유휴자원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자신을 오롯이 소비자로만 생각해온 개인들은 이제 차량·집 등 자신의 소유물을 시간 단위로 시장에 내다 파는 공급자가 됐다. 여기에는 네트워크·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이 확산한 것도 한몫했다.
결국 공유경제는 재산권을 더 활용하고, 거래비용을 더 줄이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재산권과 거래의 안정성이 확보됐을 때 시장경제가 발전했음을 고려하면 공유경제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말만 ‘공유’로 포장했을 뿐 가진 자를 위한 사업 모델이고,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이며, 기존 직업의 안정성을 해치고, 기존 제도의 바깥에 존재해 탈세의 위험이 크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규제를 피하는 편법적 운영과 관리 부실에 따른 부작용 문제도 있다.
참여·개방·공유로 압축되는 공유경제의 지향점이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경험과 이벤트·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소비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 돼버렸다.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뉴욕·런던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경험하거나 베이징에서 오포·모바이크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공유경제는 앞으로 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시킬 것이다. 중국의 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하드웨어만 팔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제품에 미술작품 전시 서비스를 결합해 예술 작품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술 작가들은 이 플랫폼에 참여해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알리려고 한다. 고객들은 직접 갤러리에 갈 필요 없이 자신의 집에서 디스플레이를 통해 예술작품을 감상한다. 이들이 맘에 드는 작품을 사러 갤러리를 찾기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갤러리도 결국에는 이득을 본다.
공유경제는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로 활용한 효율적인 자원 배분 수단이다. 공유경제는 시장 참여자에게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주고,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제품·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트렌드를 바꿔 나갈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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